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은 왜 바뀌지 않을까요?

국제뉴스를 읽다 보면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여러 나라가 휴전을 요구하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는 장면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말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지요.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이 누구인지부터 알면, 표결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읽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다섯 나라는 누구이고, 무엇이 다를까요?
2026년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입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일차적 책임을 맡은 유엔 기관입니다. 분쟁을 논의하고, 제재를 결정하며, 필요한 경우 무력 사용을 승인할 수도 있습니다. 유엔 총회가 모든 회원국의 회의장이라면, 안전보장이사회는 평화와 안전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리는 15개국의 회의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15개국 가운데 다섯 나라는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 열 나라는 총회가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으로, 임기는 2년입니다. 매년 다섯 나라씩 교체되지요. 상임이사국도 비상임이사국도 표결할 때는 한 나라당 한 표를 행사합니다. 다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에는 특정 결정이 채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이 있습니다.
여기서 ‘상임’은 유엔의 모든 일을 다섯 나라가 결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안전보장이사회 구성원으로 계속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거부권 역시 모든 표결에 적용되는 권한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한 나라가 반대했으니 유엔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식의 설명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이 다섯 나라가 되었을까요?
출발점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1945년입니다. 유엔 헌장은 그해 6월 26일 서명됐고, 10월 24일 발효됐습니다. 전쟁 이후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킬 기구를 만들면서, 창설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다섯 나라에 상임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강대국이 빠진 채 중대한 안보 결정을 내려서는 그 결정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제도 설계에 반영된 것입니다.
창설 당시와 지금의 명단을 나란히 놓으면 두 곳에서 이름이 다릅니다. 중국의 자리는 처음에는 중화민국 정부가 대표했습니다. 1971년 10월 25일 유엔 총회는 결의 2758호를 채택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대표를 유엔에서 중국의 유일한 합법적 대표로 인정했습니다. 러시아의 자리는 원래 소련의 자리였습니다. 1991년 12월 24일 러시아는 소련의 유엔 회원국 지위를 계속한다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보했습니다. 유엔의 현재 상임이사국 명단에는 러시아가 올라 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 전체 규모는 바뀐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임 5개국과 비상임 6개국을 합쳐 11개국이었습니다. 총회가 1963년에 채택한 헌장 개정이 1965년 8월 31일 발효하면서 비상임 자리가 네 개 늘었습니다. 지금의 15개국 체제는 그때부터 이어졌지만, 상임이사국 수는 다섯으로 유지됐습니다.
거부권은 표결에서 어떻게 작동할까요?
유엔 헌장 27조에 따르면 안전보장이사회의 절차 문제는 15개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결정됩니다. 그 밖의 실질적 문제도 찬성 9표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상임이사국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14개국이 찬성하더라도 상임이사국 한 나라가 실질적 문제에 반대표를 던지면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보통 말하는 거부권 행사입니다.
기권은 다릅니다. 상임이사국이 기권해도 필요한 찬성 9표를 얻으면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한 나라가 없어도 찬성이 9표에 못 미치면 통과되지 않습니다. 뉴스를 볼 때는 ‘누가 반대했는가’와 함께 ‘무엇에 관한 표결이었는가’, ‘찬성표가 몇 표였는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거부권으로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이 막히면 그 사안이 모든 논의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유엔 총회는 2022년 4월 결의 76/262호를 채택했습니다.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같은 사안을 다루는 긴급 특별회의가 열리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총회 의장이 근무일 기준 10일 안에 총회 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하도록 한 규정입니다. 총회의 토론이 막힌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대신 채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부권 행사 뒤에도 회원국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자리는 마련됩니다.
상임이사국을 늘리자는 논의는 왜 오래 걸릴까요?
개혁을 요구하는 쪽은 1945년에 만들어진 구성이 지금의 지역 대표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아프리카에는 현재 상임 의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국제 정세의 변화에 맞춰 참여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상임 의석을 늘리거나 새로운 상임이사국에도 거부권을 주면 의사 결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표성을 높이는 문제와 실제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지키는 문제가 함께 놓여 있는 셈입니다.
어느 쪽이든 제도를 바꾸려면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유엔 헌장 108조에 따르면 헌장 개정안은 총회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으로 채택되고, 전체 회원국 3분의 2가 자국 절차에 따라 비준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비준국에는 현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가 모두 포함돼야 합니다. 그래서 다수 국가가 확대에 뜻을 모으더라도 의석 수, 새 의석의 성격, 거부권을 함께 조정할 합의가 필요합니다.
논의가 멈춘 것은 아닙니다. 유엔 총회는 2024년 ‘미래를 위한 협약’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고, 정부 간 협상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논의가 이어진다는 사실과 개정안이 채택됐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 앞으로 상임 의석 확대, 비상임 의석 확대, 거부권 행사 방식 조정 가운데 어떤 방안에 합의가 모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국제뉴스에서 거부권이라는 말을 만날 때마다 표결 숫자와 안건, 그리고 제도를 바꾸는 데 필요한 동의의 범위를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