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상임이사국 한국도 될 수 있을까요?

강의에서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이야기하면, 종종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한국도 상임이사국이 된 건가요?” 안보리 이사국이라는 말은 같지만,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은 임기와 권한이 다릅니다. 한국의 최근 안보리 활동부터 구분해 두면 뉴스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한국의 안보리 임기는 언제였을까요?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다루는 유엔 기구입니다. 이사국은 모두 15개국입니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가 상임이사국 5개국이고, 나머지 10개국은 유엔 총회에서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입니다. 비상임이사국의 임기는 2년입니다.
한국은 1996~1997년, 2013~2014년, 2024~2025년까지 세 차례 비상임이사국을 맡았습니다. 가장 최근 임기는 2025년 12월 31일 끝났습니다. 따라서 2026년 11월 현재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도, 상임이사국도 아닙니다. 유엔 안보리의 이사국 기록과 외교부의 임기 종료 발표에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이사국으로 있던 동안 한국도 회의에서 발언하고 표결에 참여했습니다. 2024년 6월에는 안보리 의장국으로 사이버 안보 공개토의를 열었고, 2025년 9월에는 인공지능과 국제 평화·안전을 다룬 공개토의를 주재했습니다. 여기서 ‘의장국’은 이사국들이 한 달씩 돌아가며 맡는 회의 운영 역할입니다. 의장국을 맡았다고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임이사국의 권한은 무엇이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거부권입니다. 안보리의 실질적인 사안에 관한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적어도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동시에 상임이사국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채택되지 않습니다. 이 반대표의 효력을 거부권이라고 부릅니다. 상임이사국이 기권하는 것과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릅니다.
비상임이사국도 한 표를 행사하지만 거부권은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안보리에 진출했다’는 표현을 읽을 때는 어느 시기, 어떤 자격으로 참여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2024~2025년 한국은 표결권을 가진 비상임이사국이었으며, 임기 후에는 그 자리도 다른 선출국에 넘어갔습니다.
이 구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뒤인 1945년에 출범했고, 당시의 국제 질서 속에서 다섯 나라가 상임이사국 지위를 갖게 됐습니다. 안보리도 처음부터 15개국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유엔 헌장 개정으로 이사국 수가 11개국에서 15개국으로 늘어난 것은 1965년입니다. 제도가 바뀐 적은 있지만, 상임이사국 명단은 그대로입니다.
한국이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요?
현재 유엔 헌장 제23조에는 다섯 상임이사국이 명시돼 있습니다. 한국을 새 상임이사국으로 추가하려면 유엔 헌장을 고쳐야 합니다. 헌장 제108조에 따르면 개정안은 총회에서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이어 회원국 3분의 2가 각자의 헌법 절차에 따라 비준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이 비준국에는 기존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가 모두 포함돼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이 원하거나 여러 나라의 지지를 받는 것만으로 자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안보리 의석을 얼마나 늘릴지, 어느 지역에 배분할지, 새 상임이사국에도 거부권을 줄지부터 합의해야 합니다. 유엔 총회에서는 안보리 개혁을 위한 정부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임 의석 확대와 거부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현재 입장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비상임 의석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2026년 5월 정부 간 협상 발언에서도 한국 대표는 상임 의석 확대와 거부권 문제에 깊은 견해차가 있다며 폭넓은 합의를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곧 상임이사국을 신청한다’는 식으로 읽을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의석 확대를 두고 왜 의견이 갈릴까요?
상임 의석을 늘리자는 쪽은 1945년에 짜인 구성이 오늘의 세계를 충분히 대표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특히 아프리카에는 상임 의석이 없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역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상임 의석과 비상임 의석을 함께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유엔의 개혁 논의에서 반복해서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반대로 선출 의석을 늘리는 편이 낫다는 쪽은 특정 국가에 영구적인 자리를 더 주면 다른 나라가 참여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봅니다. 선거를 거쳐 일정 기간 일하게 하면 이사국에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는 논거도 냅니다. 한국이 참여하는 ‘합의를 위한 단결’ 그룹은 이 방향의 개혁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어느 방안이 실제로 채택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습니다. 상임 의석만 늘리는 방안, 선출 의석을 늘리는 방안, 임기를 달리한 의석을 도입하는 방안에 따라 한국의 선택지도 달라집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답은 분명합니다. 한국은 상임이사국이 아니며, 최근에는 2025년 말까지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했습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한국 한 나라의 의사보다 유엔 회원국들이 어떤 개혁안에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