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심판 주체는 왜 법원과 헌법재판소일까요?

강의에서 “위헌법률심판은 누가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답이 둘로 갈립니다. 법원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 헌법재판소라고 하는 분도 있지요. ‘심판을 시작하게 하는 주체’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를 구분하면 두 답이 나온 이유가 보입니다.
제청하는 법원, 판단하는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은 재판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가리는 절차입니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하고 그 심판에 따라 재판하도록 정합니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법원의 제청에 따른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둡니다.
여기서 ‘제청’은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한다는 뜻입니다. 사건을 맡은 법원은 문제 되는 법률을 확인해 제청할지 결정하고, 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이 헌법에 맞는지 심판합니다. 따라서 위헌법률심판 주체를 묻는 말이 최종 판단 기관을 뜻한다면 헌법재판소가 답입니다. 제청하는 기관을 뜻한다면 법원입니다.
국회는 법률을 만드는 기관이지만, 이 절차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대통령이나 소송 당사자도 위헌법률심판 사건을 헌법재판소에 직접 제청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송 당사자는 자신이 재판받는 법원에 제청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어디에서 위헌 문제를 제기할까요?
민사소송이나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이 사건에 적용될 법률 조항을 문제 삼는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벌칙 조항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그 조항이 헌법상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피고인은 사건을 맡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합니다. 이는 절차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이며, 주장만으로 위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에 따르면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제청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사자가 신청했다고 해서 반드시 제청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가 실제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등을 따져 결정합니다. 쉽게 말해 그 조항이 위헌인지에 따라 사건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안내에는 당사자가 사건과 당사자, 문제 삼는 법률 조항, 위헌이라고 보는 이유 등을 적은 신청서를 담당 법원에 내도록 설명돼 있습니다. 대법원이 아닌 법원이 제청할 때에는 대법원을 거칩니다. ‘대법원을 거친다’는 절차와 ‘대법원이 위헌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는 말은 뜻이 다릅니다.
법원이 제청하면 진행 중인 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법원이 제청을 결정해 헌법재판소에 보내면, 원래 진행 중이던 사건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2조의 내용입니다. 다만 법원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면 최종 판단을 내리는 절차를 제외한 소송절차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률의 효력을 먼저 확인해야 그 법률을 적용한 재판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이나 법률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위헌 결정이 나면 해당 법률이나 조항은 원칙적으로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잃습니다. 형벌에 관한 법률에는 소급 효력에 관한 별도 규정이 있어 적용 시점을 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구속합니다.
이 절차의 대상도 구별해야 합니다. 위헌법률심판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된 법률을 다룹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이나 법률 위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때 대법원이 최종 심사권을 갖도록 정합니다. 뉴스에서 ‘위헌 심사’라는 말만 들었다면 무엇을 심사하는지까지 확인해야 기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끝일까요?
법원이 당사자의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면, 신청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절차 안내는 제청 신청이 각하된 경우도 함께 설명합니다. 청구기간은 제청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입니다. 법원에 제청 신청을 하는 단계와,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단계는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제청이 받아들여졌다면 위헌법률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가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일정한 요건 아래 당사자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길이 열립니다. 두 경우 모두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헌법재판소입니다. ‘누가 신청하고, 누가 제청하며, 누가 판단하는가’를 나눠 읽으면 복잡해 보이던 기사 문장도 한결 또렷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