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심판 예시를 보면 절차가 보일까요?

강의에서 위헌법률심판이라는 말을 꺼내면,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민원을 넣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이 있습니다. 실제 출발점은 대개 진행 중인 재판입니다. 판사가 사건에 적용해야 할 법률을 보다가 그 조항이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합니다. 소송 당사자가 먼저 법원에 요청할 수도 있지요. 이 흐름을 실제 위헌법률심판 예시로 따라가면 낯선 용어가 조금 선명해집니다.
재판 중 법률이 문제 된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가령 어떤 공무원이 법률에 따라 퇴직 처리됐고, 그 효력을 다투는 재판이 열렸다고 해보겠습니다. 법원은 퇴직 처리가 적법했는지 판단하려면 해당 법률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안내하는 위헌법률심판의 출발 조건이 이것입니다.
절차에는 서로 다른 역할이 있습니다. 당사자는 재판을 맡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합니다.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이거나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맞는지 판단하는 곳은 헌법재판소입니다. 법원이 제청하면 원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멈춥니다. 다만 긴급한 경우에는 최종 판결을 제외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심판 대상은 막연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이나 법률 조항입니다. 따라서 ‘이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느 사건에 어떤 조항이 적용되고, 그 조항이 위헌인지에 따라 판결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연결해야 합니다.
위헌으로 판단된 예시는 공무원 당연퇴직 사건입니다
헌법재판소가 2022년 12월 22일 선고한 2020헌가8 사건은 그 연결이 뚜렷합니다. 한 국가공무원이 질병휴직 중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받았습니다. 성년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성인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돕는 제도입니다. 당시 국가공무원법은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을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소속 기관은 성년후견이 시작된 날부터 이미 퇴직한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이후 공무원 지위와 퇴직 이후 지급된 금액의 반환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사자 측은 재판 중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은 관련 부분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습니다. 법률이 유효한지에 따라 퇴직 처리를 둘러싼 재판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성년후견 개시만을 이유로 곧바로 공직에서 물러나게 한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직무 수행과 공직에 대한 신뢰를 지키려는 목적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휴직과 직권면직 같은 기존 절차를 통해 상태와 업무 수행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데도, 회복 기회 없이 즉시 퇴직시키는 방식은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본 것입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법원의 조사와 판단을 거치는 만큼 공직 수행 능력과 공적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사실을 놓고도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평가가 달랐습니다.
제청을 했어도 합헌일 수 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는 소식은 법률이 곧 폐지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2019헌가19 사건이 좋은 비교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던 법원은 배심원 자격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법률 조항을 직권으로 제청했습니다. 성년 연령과 선거권 연령 등을 떠올리면 배심원에게만 다른 기준을 둔 이유가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27일 이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배심원이 맡는 평결과 양형 의견의 책임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배심원 자격에 별도의 연령 기준을 둘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2명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와 성년 연령의 변화를 고려하면 만 20세 기준을 유지할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기억할 점은 제청은 헌법적 의문을 공식적으로 묻는 절차이고, 합헌과 위헌은 심리를 거친 뒤 나오는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당사자의 제청 신청이 기각돼도 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은 그 당사자가 문제 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헌법소원으로 직접 다툴 수 있도록 합니다. 헌법재판소 안내에 따르면 이 경우에는 기각 결정문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신청이 기각된 뒤 당사자가 청구하는 ‘헌법소원’은 들어가는 경로가 다릅니다.
2015년 2월 26일 간통죄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된 사건에서도 두 경로가 함께 나타났습니다. 일부 당사자는 제청 신청이 기각된 뒤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다른 재판에서는 법원이 같은 형법 조항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사건 이름만 외우기보다 사건번호와 절차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위헌 결정의 효과도 사건별로 읽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안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위헌 결정된 법률 조항은 결정일부터 효력을 잃지만, 형벌 조항에는 소급효에 관한 별도 규칙이 적용됩니다. 헌법불합치처럼 입법자가 법을 고칠 시간을 두는 결정도 있습니다. 뉴스를 볼 때는 ‘누가 제청했는지, 어느 조항이 문제인지, 언제 어떤 판단이 나왔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면 법률 용어 뒤에 있는 실제 사람의 재판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