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심판은 누가, 언제 신청할 수 있을까요?

강의에서 ‘법이 헌법에 어긋나면 누가 바로잡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법원이 재판에 필요한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묻는 위헌법률심판이 그 답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름은 길지만 출발점은 구체적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서 어떤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 법률이 헌법에 맞는지가 문제 되는 상황입니다.
진행 중인 재판과 법률 조항이 출발점입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헌법은 법률보다 상위의 규범이고, 국회가 만든 법률도 헌법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절차가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현재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법률 조항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아 소송 중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 조항이 유효한지에 따라 과태료를 유지할지 판단이 달라진다면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소송 결과와 관계없는 다른 조항의 위헌 여부를 그 재판에서 묻기는 어렵습니다. 쟁점은 법률 전체가 아니라 특정 조항인 경우도 많습니다.
대상도 구별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안내에 따르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한 법률입니다. 시행령이나 규칙의 위반 여부는 이 절차와 심사 권한이 다릅니다. 뉴스에서 ‘위헌 심사’라는 말을 보더라도 무엇을 심사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당사자는 신청하고, 제청은 법원이 결정합니다
진행 중인 소송의 당사자는 담당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없이 직권으로 제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서 ‘제청’은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한다는 뜻입니다. 당사자가 곧바로 위헌법률심판 사건을 접수시키는 구조는 아닙니다.
신청할 때는 어느 소송에서 어떤 법률 조항이 문제인지, 왜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법원은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에 필요한지 판단합니다. 제청하기로 결정하면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고, 법원은 그 판단을 바탕으로 원래 사건을 이어 갑니다. 헌법재판소가 과태료 액수나 손해배상금처럼 개별 소송의 모든 쟁점을 대신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제청하면 원래 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됩니다. 다만 법원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면 최종 판결 이외의 소송절차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청 결정과 제청신청 기각 결정에는 항고할 수 없다는 점도 헌법재판소 안내에 명시돼 있습니다.
신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됐다고 해서 길이 모두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요건을 갖춘 당사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안내는 법원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경우의 사건은 법원의 제청으로 시작하는 위헌법률심판과 접수 경로가 다릅니다.
위헌 결정이 나면 언제부터 달라질까요?
헌법재판소가 법률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위헌 결정은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합니다.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은 원칙적으로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잃습니다. 따라서 위헌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결정 날짜와 대상 조항을 함께 봐야 합니다.
형벌에 관한 법률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위헌으로 결정되면 원칙적으로 소급해 효력을 잃고, 그 조항을 근거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항에 관해 과거 합헌 결정이 있었다면 소급 범위에 별도 기준이 적용됩니다. 모든 위헌 결정이 이미 확정된 민사·행정 사건까지 자동으로 뒤집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결정 방식이 단순 위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하면서 입법자가 고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때 해당 조항을 그동안 계속 적용할지, 언제까지 고쳐야 하는지는 결정문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헌법불합치’라는 기사 제목만으로 시행 시점과 적용 대상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호주제 사건은 날짜를 읽는 좋은 사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2월 3일 민법의 호주제 관련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 기록에 따르면 여러 법원의 제청 사건이 함께 심리됐고, 재판관 의견은 6대 3이었습니다. 관련 조항은 2005년 3월 31일 민법 개정 때 삭제됐으며, 그 개정 규정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세 날짜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날, 국회가 법을 고친 날, 바뀐 제도가 시행된 날입니다. 이를 하나의 날짜로 뭉뚱그리면 실제 생활에 언제부터 어떤 규칙이 적용됐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위헌법률심판 기사를 읽을 때도 제청된 조항, 결정의 종류, 효력 발생 시점을 차례로 확인하면 제도 변화가 훨씬 또렷하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