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심판 사례는 무엇을 바꿨을까요?

강의에서 헌법재판소 이야기가 나오면 “위헌이라고 하면 그 법은 바로 없어지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답은 결정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위헌법률심판 사례를 읽을 때도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 언제 어떤 판단이 나왔는지, 그 뒤 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나눠 보면 흐름이 선명해집니다.
재판 중인 법률을 헌법에 비춰 묻는 절차
위헌법률심판은 재판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맞는지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먼저 법원에 진행 중인 사건이 있어야 합니다. 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때, 담당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심판을 제청합니다. 제청되면 원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멈춥니다.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바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법원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일정한 요건 아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으로 해당 법률을 다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번호에 ‘헌가’와 ‘헌바’가 함께 보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헌가’는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헌바’는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가리킵니다.
호주제는 왜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았을까요?
호주제는 가족의 신분관계를 호주를 중심으로 기록하던 제도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2월 3일, 2001헌가9 등 사건에서 호주제의 뼈대를 이루는 민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족 안에서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원칙에 비춰, 호주의 지위와 승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서 ‘헌법불합치’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지만, 곧바로 효력을 없애면 가족의 신분관계를 기록하는 제도에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제도를 고칠 시간을 두었습니다. 이후 호주제를 바탕으로 한 호적 제도는 폐지됐고, 가족관계등록 제도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결정일과 새 제도의 시행일 사이에 약 3년의 간격이 있었던 셈입니다.
간통죄 결정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옛 형법 제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간통과 그 상대방의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26일, 2009헌바17 등 여러 사건을 함께 심리해 이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제청한 사건도 이 결정에 병합됐습니다.
심판에서는 혼인 제도를 보호하려는 입법 목적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사생활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를 함께 따졌습니다. 위헌 의견은 혼인 관계를 지킬 필요가 있더라도 간통 행위를 형벌, 그것도 징역형으로 일률적으로 다스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봤습니다. 반면 형사처벌이 혼인과 가족을 보호하는 수단이라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형사처벌 조항에 관한 판단입니다. 배우자 사이의 신뢰가 갖는 의미나 민사상 책임까지 없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호주제 사건과 비교하면 차이가 보입니다. 호주제 사건은 제도를 바꿀 시간을 둔 헌법불합치 결정이었고, 간통죄 사건은 처벌 조항 자체에 대한 위헌 결정이었습니다.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도 효력과 후속 조치를 한데 묶어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낙태죄 사건은 왜 입법 시한을 정했을까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2017헌바127 사건에서 임신한 사람의 낙태와 의사의 낙태 시술을 처벌하던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제기된 헌법소원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진 대표 사례지만, 사건 자체의 절차는 ‘헌바’입니다.
재판에서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와 임신한 사람의 자기결정권을 함께 다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사정까지 일률적으로 배제한 형사처벌은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어느 시기와 조건에서 임신중지를 허용할지 등은 입법자가 제도를 마련해야 할 문제로 남겼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치도록 시한을 정했고, 그때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이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는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시한 안에 개정되지 않아 해당 형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다만 형사처벌 조항의 효력 상실과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세부 기준의 마련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이 세 사례를 놓고 보면 ‘위헌’이라는 짧은 뉴스 제목 뒤에도 서로 다른 시간이 흐릅니다. 어느 법률 조항에 대한 결정인지, 결정이 즉시 효력을 바꾸는지, 새 제도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를 확인해야 시민의 일상에 생긴 변화를 정확히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