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icc는 누구를 재판할 수 있을까요?

뉴스에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말을 들으면, 강의실에서는 늘 비슷한 질문이 나옵니다. 영장이 나왔는데 왜 곧바로 체포되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재판소가 누구를 재판할 수 있고, 체포는 누가 맡는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왜 만들어졌을까요?
국제형사재판소, 영어 약자로 ICC는 집단살해죄·인도에 반한 죄·전쟁범죄·침략범죄를 다루는 상설 형사재판소입니다. 국가 사이의 법적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ICC는 범죄 혐의를 받는 개인의 형사책임을 판단합니다. 국가를 피고인으로 세우는 곳이 아닙니다.
설립의 바탕은 로마규정입니다. 1998년 7월 17일 채택됐고, 2002년 7월 1일 발효됐습니다. 특정 분쟁이 생길 때마다 임시 재판소를 만드는 방식에서 나아가 상설 법원을 두자는 취지였습니다. ICC 당사국총회 명단에 따르면 2026년 10월 현재 로마규정 당사국은 125개국입니다.
한국도 당사국입니다. 2002년 11월 13일 비준서를 기탁했고, 한국에 로마규정이 발효된 날은 2003년 2월 1일입니다. 이 날짜가 중요한 이유는 ICC가 모든 과거 사건을 소급해 다루는 법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범죄 발생 시점과 해당 국가에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당사국이 아닌 나라의 사람도 대상이 될까요?
될 수 있습니다.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를 기준으로 보면, 범죄가 당사국 영토에서 일어났거나 혐의자가 당사국 국민인 경우가 기본적인 관할 근거입니다. 비당사국이 ICC의 관할권을 별도로 받아들이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상황을 회부하는 길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적만 보고 재판 가능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범죄의 이름도 일상적인 뜻보다 좁고 구체적입니다. 집단살해죄는 특정 민족·인종·종교 집단 등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하려는 의도가 쟁점입니다. 전쟁범죄는 무력충돌 중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하는 행위처럼 규정된 행위를 따집니다. 인도에 반한 죄에는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조직적인 공격과 관련된 요건이 있습니다. 전쟁이 났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한 죄명이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침략범죄는 적용 조건이 더 까다롭습니다. 관련 개정은 2010년 채택됐고, ICC의 관할권 행사는 2018년 7월 17일 시작됐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경로가 달라집니다. 뉴스에서 네 가지 범죄를 한꺼번에 나열하더라도, 실제 사건에서는 각 죄의 요건과 관할 근거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체포영장이 나오면 바로 재판이 열릴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검찰이 수사한 뒤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법적 요건과 제출된 자료를 검토합니다. 영장 발부는 유죄 판결이 아닙니다. 피의자가 법정에 출석한 뒤에도 혐의 확인 절차와 재판이 이어지며, 검찰은 유죄를 입증해야 합니다. 피고인에게는 변론과 항소의 기회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장벽은 체포입니다. ICC에는 자체 경찰력이 없습니다. 재판소가 영장을 발부해도 실제 체포와 신병 인도에는 국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영장이 있다는 사실과 피의자가 재판정에 선다는 사실 사이에 긴 시간이 흐를 수 있습니다. 영장 발부 보도를 읽을 때는 수사, 영장, 체포, 재판, 판결 가운데 어느 단계인지 구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또 ICC는 국내 법원을 대신해 모든 사건을 가져가는 곳이 아닙니다. 로마규정의 ‘보충성’ 원칙에 따라 해당 국가가 진정성 있게 수사·기소하고 있는지도 따집니다. 국내 절차가 작동한다면 ICC 사건의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혐의라도 관할권과 사건의 허용 여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ICC를 둘러싼 평가는 왜 갈릴까요?
지지하는 쪽은 중대한 범죄를 국내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 개인의 책임을 물을 상설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합니다. 반면 비판하는 쪽은 국가별 협력 수준이 달라 체포와 수사가 고르게 이뤄지기 어렵고, 국제정치의 영향을 피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재판소의 취지와 실제 집행 능력을 각각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주장 모두 확인할 사실이 있습니다. ICC는 125개 당사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움직이지만,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동일한 방식으로 명령을 집행할 수는 없습니다. 또 수사 개시나 영장 발부만으로 혐의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ICC 관련 뉴스를 볼 때 누가 옳다는 말보다 범죄 발생일, 관할 근거, 국내 수사 상황, 절차의 현재 단계를 먼저 확인합니다. 그 네 가지가 보이면 짧은 헤드라인 뒤에 놓인 법적 맥락도 훨씬 또렷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