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도입은 왜 1988년에 시작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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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 도입은 왜 1988년에 시작됐을까요?

강의에서 최저임금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의 시급부터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때를 물으면 잠시 멈추게 됩니다. 오늘의 금액을 이해하려면 임금에 법으로 하한선을 두기까지 어떤 시간이 걸렸는지부터 짚어볼 만합니다.

임금의 하한선을 법으로 정한다는 뜻

최저임금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임금에 합의했더라도 그 금액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임금 계약에 최소 기준을 두는 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저임금은 모든 사람이 실제로 받는 임금의 평균도, 누구에게나 충분한 생활비를 보장한다는 약속도 아닙니다. 법이 정한 시간당 임금의 아래쪽 경계입니다. 월급을 받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으로 나눠 비교해야 하므로, 월급 액수만 보고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도의 목적은 최저임금법 제1조에 적혀 있습니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이를 통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입니다. 임금이 너무 낮아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와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을 함께 담은 문장입니다.

근거가 생긴 뒤 시행까지 왜 오래 걸렸을까요?

한국에서 최저임금의 법적 근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3년 근로기준법을 만들 때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경제가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실제로 운용하지 않았습니다. 법에 근거를 두는 일과 현장에서 적용할 금액을 정하는 일 사이에 긴 간격이 있었던 겁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정부는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줄이기 위해 행정지도를 했습니다. 행정지도만으로 저임금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밝힌 제도 연혁을 보면, 정부는 저임금의 제도적 해소가 필요하고 경제도 제도를 수용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1986년 12월 31일 최저임금법을 제정·공포했습니다.

이어 1987년 10월 개정된 헌법에는 국가가 법률에 따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습니다. 실제 시행일은 1988년 1월 1일입니다. ‘1953년 근거 마련, 1986년 법 제정, 1988년 시행’으로 날짜를 나눠 보면 최저임금제 도입이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 보입니다.

첫해에는 모든 직장에서 적용한 것도 아닙니다. 1988년 적용 대상은 근로자 10명 이상을 사용하는 제조업 사업장이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시간급도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462원 50전과 487원 50전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단일한 시급 하나를 모든 업종에 적용하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적용 대상은 어떻게 넓어졌을까요?

1989년에는 근로자 10명 이상인 제조업·광업·건설업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1990년에는 근로자 10명 이상을 사용하는 전 산업에 적용됐습니다. 이후 1999년에는 5명 이상 전 산업으로 확대됐습니다. 제도를 처음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한 것으로 기억하면 이 과정이 빠집니다.

큰 변화는 2000년 11월 24일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적용업종 자료는 이날부터 근로자 1명 이상을 사용하는 전 산업으로 범위가 확대됐다고 기록합니다. 오늘날 고용노동부는 사업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근로자 1명 이상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안내합니다.

가게에 직원이 한 명뿐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규직인지, 아르바이트인지도 그 자체로 적용 여부를 가르지 않습니다. 다만 개별 계약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최저임금에 포함해 계산할 임금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봐야 합니다.

금액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첫해 두 그룹의 시급은 400원대였고, 1989년에는 600원, 1990년에는 690원이었습니다. 같은 숫자라도 당시와 지금의 물가와 임금 수준이 다르니 액수만 바로 비교해서 생활 수준의 차이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도가 넓어진 날짜와 금액이 바뀐 날짜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금의 시급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2026년 10월 현재 적용 중인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320원입니다. 2025년의 1만 30원보다 290원, 2.9% 올랐습니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는 8만 2,560원입니다. 주 40시간 일하고 유급주휴 8시간을 포함해 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215만 6,880원입니다. 이 월 환산액은 모든 근로자의 실제 월급이 같다는 뜻이 아니라, 명시된 근로시간 조건에 따른 계산값입니다.

이미 고시된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700원입니다. 2026년보다 380원, 3.7% 높은 금액이며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입니다. 올해 발표됐다는 사실과 올해 바로 적용된다는 뜻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최저임금 소식에서는 결정한 해와 적용하는 해를 구분해야 합니다.

금액을 정하는 절차에도 날짜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음 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안을 심의·의결합니다. 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됩니다. 이후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장관이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합니다.

심의에서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살핍니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어느 요소에 무게를 둘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금을 받는 쪽은 낮은 임금으로 생활을 꾸리는 어려움과 물가 상승을 말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쪽은 인건비를 감당할 능력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제기합니다. 두 주장은 서로 다른 비용과 위험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고용이 반드시 늘거나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업종의 인건비 비중, 경기 상황, 가격 조정 여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 하한선이 실제로 지켜지는지와 그 변화가 사업장과 근로자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1988년의 출발점은 10명 이상 제조업 사업장과 두 가지 시급이었습니다. 지금은 근로자 1명 이상인 사업장에 같은 시간급 기준이 적용됩니다. 최저임금 뉴스를 볼 때 저는 금액 옆에 적용 시작일과 적용 대상을 함께 적어 둡니다.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제야 또렷해집니다.

최저임금제 도입은 왜 1988년에 시작됐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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