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적용중지면 법은 어떻게 되나요?

얼마 전 친족상도례를 설명하다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면 그날부터 법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뉴스에서 ‘헌법불합치’와 ‘적용중지’가 한꺼번에 나오면 충분히 헷갈릴 만합니다. 두 말은 각각 법률 조항의 문제와 그 조항을 당장 어떻게 다룰지를 가리킵니다.
헌법불합치 적용중지는 무슨 뜻일까요?
헌법불합치는 법률 조항이 현재 모습 그대로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입니다. 다만 위헌인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고칠지는 국회가 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법을 고칠 시간을 주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립니다.
여기에 ‘적용중지’가 붙으면 사정이 하나 더해집니다. 문제 된 조항은 법전에 남아 있더라도, 법원과 행정기관 등은 결정에서 정한 범위에 그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조문이 보인다는 사실과 그 조문을 실제 사건에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중지 대상도 법률 전체가 아니라 결정문에 적힌 특정 조항이나 그 일부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헌법불합치 결정에 ‘잠정적용’ 또는 ‘계속 적용’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곧바로 적용을 멈추면 다른 법적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정해진 시한까지 기존 조항을 쓰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헤드라인에 ‘헌법불합치’만 적혀 있다면 적용 여부까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주문에서 대상 조항, 적용중지 여부, 개정 시한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왜 바로 없애지 않고 적용만 멈출까요?
법의 문제가 확인돼도 고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행위를 전부 허용할지, 일부에만 예외를 둘지, 판단 기준을 새로 만들지는 국회가 선택할 몫입니다. 문제 된 조항을 즉시 없애면 그 조항이 다루던 영역까지 아무 규칙 없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헌법불합치는 이런 상황에서 입법의 여지를 남기는 결정입니다.
그렇다고 개정 전까지 위헌성이 지적된 조항을 계속 쓰는 것이 언제나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적용중지는 법을 고치는 동안 그 조항에 근거한 판단을 멈추라는 뜻입니다. 가령 2023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시설경비업자가 경비원에게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일을 맡기면 일률적으로 허가를 취소하도록 한 경비업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적용을 중지했습니다. 경비업무에 전념할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업무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허가를 취소하는 방식이 지나치다고 본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2024년 12월 31일까지 조항을 고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적용중지를 ‘관련 행위가 모두 허용된다’는 말로 읽으면 범위를 넓혀 잡게 됩니다. 결정이 멈춘 것은 특정 조항의 적용입니다. 같은 행위에 다른 조항이 적용되는지, 이후 개정법이 무엇을 정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친족상도례 사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의 일정한 재산범죄를 다루는 형법 규정입니다. 예전 형법 제328조 제1항은 가까운 친족 사이의 해당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뜻이나 사건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형을 면제했습니다. 가족 안의 일을 형벌로 다루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가 있었지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법정에서 충분히 말할 기회가 막힐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이 ‘일률적인 형 면제’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적용을 중지했습니다.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특례를 두는 것 자체를 모두 부정한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친족 관계와 범죄에 어떤 특례를 둘지는 국회가 다시 정하도록 하고, 개정 시한은 2025년 12월 31일로 정했습니다.
이후 형법은 2025년 12월 31일 개정·시행됐습니다. 종전의 일률적인 형 면제 대신, 해당 친족 간 재산범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로 바꿨습니다. 고소가 곧 유죄 판결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와 재판에서는 범죄 성립 여부를 별도로 판단합니다.
시점도 중요합니다. 개정법 부칙은 새 규정을 2024년 6월 27일 이후 처음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또 그날부터 개정법 시행 전까지 발생한 사건 가운데 종전 형 면제 조항에 해당하던 범죄에는 별도의 고소기간 특례를 뒀습니다. 같은 친족 사이 사건이라도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에 따라 적용할 규정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뉴스를 읽을 때 무엇을 확인하면 될까요?
먼저 결정 날짜와 정확한 대상 조항을 봐야 합니다. 이어서 적용중지인지 잠정적용인지, 국회에 주어진 개정 시한은 언제인지 확인하면 됩니다. 실제 개정이 이뤄졌다면 새 법의 시행일과 적용 대상을 살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온 날과 새 제도가 시작된 날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찬반이 갈리는 사안에서도 이 순서는 유용합니다. 어떤 권리가 침해됐다는 판단과,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느 범위까지 법을 바꿀지는 서로 다른 단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헌법불합치 적용중지’라는 여섯 글자씩의 낯선 표현도 날짜와 대상 조항을 붙여 읽으면, 지금 멈춘 규칙과 새로 마련된 규칙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