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도는 기업의 배출을 어떻게 줄일까요?

강의에서 배출권 이야기가 나오면 “돈을 내면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도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거래라는 말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먼저 배출할 수 있는 총량을 정하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배출권을 주고받게 하는 제도입니다. 거래만 보지 말고 총량과 실제 배출량을 함께 봐야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출권 한 장은 무엇을 뜻할까요?
정부는 일정 기간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정한 뒤, 참여 기업에 배출권을 배분합니다. 배출권 1톤은 온실가스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양을 뜻합니다. 여기서 여러 온실가스의 양은 이산화탄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으로 환산해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A기업에 배출권 100톤이 있고 실제 배출량이 80톤이라면 20톤이 남습니다. B기업에 100톤이 있는데 120톤을 배출했다면 20톤이 부족합니다. A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고 B기업은 부족한 만큼 사야 합니다. 각 기업은 배출량을 산정·검증받고, 인정된 배출량에 맞춰 배출권을 제출합니다. 배출권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를 바꿔 배출을 줄이는 비용과 배출권을 사는 비용을 비교하게 됩니다. 감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이 더 줄이고 남은 배출권을 팔면, 기업 전체의 감축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제도의 논리입니다. 다만 배출권이 충분히 많이 풀리면 가격이 낮아져 설비 투자에 주는 신호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언제 시작됐고 누가 참여하나요?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도는 2015년 1월 1일 시작됐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가정과 사업자가 직접 배출권을 사고파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와 사업장을 정부가 할당 대상으로 지정해 운영합니다. 일반 시민이 일상에서 배출권을 직접 제출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운영 단위는 ‘계획기간’입니다. 2015~2017년이 1기, 2018~2020년이 2기, 2021~2025년이 3기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4기는 2026년 1월부터 2030년 말까지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4기 할당 결과를 보면 참여 대상은 772개 업체입니다. 이 가운데 발전 부문은 59개, 산업·수송·건물 등을 포함한 발전 외 부문은 713개 업체입니다.
정부가 2025년 11월 확정한 4기 전체 배출허용총량은 5년간 25억 3,730만 톤입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발표한 772개 업체의 할당량은 23억 6,299만 톤입니다. 두 숫자가 다른 이유는 전체 총량에 예비분 등이 포함되고, 업체별 할당량은 그중 실제 업체에 배분한 몫이기 때문입니다. ‘총량’과 ‘기업에 할당한 양’을 같은 숫자로 읽으면 제도의 규모를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무료로 받는 배출권과 돈을 내고 사는 배출권은 어떻게 다른가요?
배출권을 기업에 나누는 방식에는 무상할당과 유상할당이 있습니다. 무상할당은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기업에 배출권을 무료로 배분하는 것이고, 유상할당은 기업이 경매를 통해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무료로 받았더라도 실제 배출량이 보유한 배출권보다 많으면 부족한 분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4기에는 업종별 부담을 다르게 정했습니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26년 15%에서 2027년 20%, 2028년 30%, 2029년 40%, 2030년 50%로 올라갑니다. 발전 외 부문은 15%가 적용되지만, 철강과 석유화학 등 국제 경쟁에 노출된 대부분의 산업 업종은 100% 무상할당을 유지합니다. 같은 기업 대상 제도라도 업종에 따라 실제 구매 부담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 차등 적용에는 두 가지 사정이 맞물려 있습니다. 유상할당을 늘리면 배출을 줄일 경제적 이유가 커집니다. 반면 해외 경쟁 기업에는 비슷한 비용이 없다면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생산이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4기 계획은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을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무상할당은 유지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거래가 활발하면 실제 배출도 줄어들까요?
거래량이나 거래가격만으로 제도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11월 3기 말 배출권 잉여량을 약 1억 4,700만 톤으로 예상했고, 당시 가격은 톤당 약 1만 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출권이 많이 남으면 기업이 감축 설비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입니다. 다만 잉여량 전망치와 특정 시점의 가격을 곧바로 4기 전체의 성과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총량을 더 엄격하게 정하자는 쪽은 배출권이 남아도는 상황을 줄여야 제도가 감축을 이끈다고 봅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은 설비 교체에 시간과 자금이 들고, 비용이 제품 가격이나 전기요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짚습니다. 어느 쪽 주장도 살펴볼 수 있지만, 실제 부담과 감축 효과는 앞으로의 배출량, 배출권 수급, 투자 규모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2026년부터 시작된 4기를 볼 때 저는 세 숫자를 나란히 놓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정한 연도별 배출허용총량, 기업이 실제로 배출한 양, 배출권의 가격입니다. 가격이 올랐는지만 보기보다 배출이 계획대로 줄고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이 제도가 제 역할을 하는지 말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