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왜 두 문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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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왜 두 문장일까요?

강의실에서 헌법 제1조를 읽으면 첫 문장은 익숙한데, 둘째 문장까지 이어 말하는 분은 의외로 적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다음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붙습니다. 국가의 모습을 밝힌 뒤 그 권력의 출발점을 적은 두 문장입니다. 짧지만 선거에서 국가기관의 권한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를 읽는 기준이 됩니다.

‘민주공화국’은 무엇을 뜻할까요?

‘민주’는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원칙을 가리킵니다. ‘공화국’은 국가를 특정 개인이나 가문의 소유로 보지 않고, 공적인 제도에 따라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을 선거를 치르는 나라라는 뜻으로만 좁혀 읽으면 빠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선거로 권한을 맡은 사람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현행 헌법을 보면 제1조 제1항은 국가의 형태를, 제2항은 주권의 소재와 권력의 근원을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권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뜻합니다. ‘국민에게 있다’는 말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국민에게서 나온 권한을 헌법이 정한 기관들이 맡아 행사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를테면 국회는 법률을 만들고, 정부는 법률에 따라 행정을 맡으며, 법원은 재판을 합니다. 각각의 역할과 권한은 제1조의 한 문장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헌법의 다른 조항과 법률을 함께 읽어야 실제로 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1조는 그 제도들이 서 있는 출발점입니다.

이 문장은 언제 지금의 모습이 됐을까요?

첫 헌법은 제헌국회가 1948년 7월 12일 의결하고, 7월 17일 공포했습니다. 국회기록원과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개한 제헌헌법을 보면 당시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고, 국민주권을 밝힌 문장은 제2조에 있었습니다. 오늘날 익숙한 두 문장의 내용은 제헌 당시에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모두 제1조에 놓여 있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헌법은 제정 뒤 아홉 차례 개정됐습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되고, 10월 29일 공포됐습니다. 시행일은 1988년 2월 25일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 표기에서도 공포일과 시행일을 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헌법 이야기에 날짜가 여러 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헌절인 7월 17일은 첫 헌법의 공포를 기념하는 날이고, 1987년 10월 29일은 현행 헌법 개정안의 공포일입니다.

1987년 개정의 배경에는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한 6월 민주항쟁이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이 설명하는 주요 개정 내용에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국정감사권의 부활, 헌법재판소의 신설 등이 포함됩니다. 제1조만 떼어 읽으면 보이지 않는 변화입니다.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어떤 절차와 기관을 통해 행사하고 통제할지, 헌법 전체가 함께 정한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어디까지를 말할까요?

제1조 제2항의 ‘모든 권력’은 국가권력의 정당한 출처가 국민이라는 선언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번의 선거나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국가기관의 판단을 대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거는 대표자를 뽑는 절차이고, 대표자가 맡은 일에도 기간과 범위가 있습니다. 법률을 만들 때에는 국회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행정권을 행사할 때에는 법률상의 근거와 한계를 따져야 합니다. 다툼이 생기면 법원이 재판하고, 헌법에 어긋나는지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사합니다.

여기서 의견이 갈리는 지점도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을 국민투표 같은 직접 참여 방식으로 더 자주 결정하자는 주장은 대표자가 국민의 뜻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옵니다. 반면 복잡한 사안을 하나의 찬반 선택으로 다루면 소수자의 권리나 긴 심의 과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든 제1조의 국민주권을 말하려면, 누가 참여하고 어떤 절차로 결정하며 그 결정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제1조를 실제 쟁점에 어떻게 적용할까요?

뉴스에서 ‘국민의 뜻’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 저는 먼저 그 뜻을 확인하는 절차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선거 결과인지, 국회의 의결인지, 국민투표인지에 따라 의미와 법적 효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는 설명만으로 특정 조치의 적법성이 자동으로 확인되는 것도 아닙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공직자의 역할을 볼 때도 제1조와 다른 조항을 이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합니다. 선출된 사람과 임명된 사람의 권한은 서로 다르지만, 어느 쪽도 맡은 권한을 개인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기준을 보여 줍니다. 실제 사안에서는 해당 기관의 권한, 결정 절차,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을 차례로 확인해야 판단이 한결 분명해집니다.

두 문장을 외우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이 작동하는 방식을 묻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왔다는 설명이 있다면, 그 권력을 누가 어떤 근거로 행사했고 어떤 절차로 통제받는지도 함께 확인해 볼 만합니다. 헌법 제1조는 바로 그 질문을 시작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왜 두 문장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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