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대상은 어디까지일까요?

강의에서 공수처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공수처가 수사하면서, 시장은 왜 경우에 따라 다르죠?” 같은 시장이라는 말도 서울특별시장과 기초자치단체 시장을 구분해야 합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직책의 높낮이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법에 적힌 사람인지, 어떤 범죄가 문제인지, 그 범죄가 언제 일어났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먼저 공수처는 왜 생겼을까요?
공수처의 정식 명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입니다.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를 별도의 기관이 수사할 수 있도록 만든 조직이지요. 공수처법은 2019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0년 7월 15일 시행됐습니다. 기관이 공식 출범한 날은 2021년 1월 21일입니다. 법 시행일과 출범일이 다른 셈입니다.
2026년 10월 현재 적용되는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와 ‘고위공직자범죄’를 따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법상 고위공직자여도 그 사람의 모든 잘못을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고위공직자가 아닌 사람도 법에서 정한 관련범죄에 연루됐다면 함께 수사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직책이 법에 들어 있을까요?
공수처법 제2조에 적힌 대표적인 직책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입니다.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도 포함됩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금융감독원 원장·부원장·감사 등도 법에 열거돼 있습니다.
직책 이름이 같아 보여도 적용 범위는 다릅니다. 서울특별시장과 광역시장, 도지사, 교육감은 포함되지만 시·군·구의 장인 시장·군수·구청장은 그 직책만으로는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가 아닙니다. 중앙행정기관은 정무직 공무원이 대상이고,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과 일부 기관은 3급 이상이라는 기준이 붙습니다. 모든 공무원이 같은 기준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법에는 중대범죄수사청장과 3급 이상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도 명시됐습니다. 예전 공수처 안내 자료를 읽을 때는 이런 개정 내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현재의 대상 범위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시행 중 조문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퇴직했다고 해서 곧바로 범위에서 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법의 ‘고위공직자’ 정의에는 해당 직책에서 퇴직한 사람도 포함됩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는 원칙적으로 그 직책에 재직하던 중 저지른 법정 범죄여야 합니다. 퇴직 후 새로 벌어진 개인적 사건까지 직책을 이유로 공수처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민간인도 수사 대상이 될까요?
가족의 범위도 법에 적혀 있습니다. 일반적인 고위공직자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존속·직계비속입니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으로 범위가 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제한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족의 범죄는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경우에 한해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가 됩니다. 가족이라는 관계만으로 사적인 모든 사건이 공수처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민간인에게도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와 함께 대상 범죄를 저지른 공범,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을 준 사람, 해당 범죄의 증거를 없앤 사람은 법이 정한 ‘관련범죄’ 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 판단 기준은 유명 인물과 아는 사이인지가 아니라 범죄 사이에 법률상 연결이 있는지입니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아닌 사람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범죄 종류와 기소 권한은 어떻게 다를까요?
공수처가 다루는 범죄에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 관련 범죄가 있습니다. 직무와 관련된 공문서 위조·허위공문서 작성, 횡령·배임도 법이 열거한 범위에 들어갑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수수와 일부 국가정보원법 위반도 포함됩니다. 가령 국회의원이 관여한 일이라고 해도 범죄 혐의가 무엇인지 따져야 합니다. 공수처법에 열거된 범죄 또는 그 관련범죄인지가 수사 범위를 가릅니다.
여기서 ‘수사할 수 있다’와 ‘직접 기소할 수 있다’를 구별해야 합니다. 공수처는 법에서 정한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범죄를 폭넓게 수사합니다. 그러나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재직 중 본인 또는 가족이 저지른 해당 범죄 등으로 제한됩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관련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했다고 해서 공수처가 곧바로 기소까지 맡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직접 기소 범위 밖의 사건은 수사를 마친 뒤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소속 검사에게 보냅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른 절차입니다. 또 다른 수사기관이 같은 사건을 수사할 수도 있습니다. 공수처법 제24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하면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사건의 진행 정도와 내용 등에 따라 이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말이 다른 기관은 언제나 손을 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뉴스에서 공수처의 관할을 판단할 때 저는 세 가지를 차례로 봅니다. 법에 열거된 직책인지, 재직 중 발생한 법정 범죄나 관련범죄인지, 그리고 수사 뒤 기소는 어느 기관이 맡는지입니다. 이 순서로 읽으면 같은 사건을 두고 ‘공수처가 수사한다’는 보도와 ‘공소청이 기소를 판단한다’는 보도가 함께 나와도 각각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