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대상 대통령도 포함될까요?

강의에서 공수처 이야기가 나오면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법 조문에는 대통령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문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수사할 수 있는지, 어떤 혐의를 다룰 수 있는지, 재직 중 어디까지 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를 나눠 봐야 합니다.
대통령은 법에 적힌 수사 대상입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줄임말입니다. 고위공직자의 일정한 범죄를 독립된 기관에서 수사하도록 만든 조직으로, 2021년 1월 21일 출범했습니다. 공수처법 제2조 제1호는 ‘고위공직자’의 첫 번째 항목에 대통령을 적고 있습니다. 같은 조항은 재직 중인 사람뿐 아니라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도 포함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수처가 대통령의 모든 행위를 조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수처법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를 따로 열거합니다.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과 같은 혐의가 대표적입니다. 혐의의 이름만 붙었다고 범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직권남용은 권한을 행사한 경위와 그로 인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까지 따져야 합니다. 정책 판단에 대한 비판과 형사상 범죄 혐의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는 왜 구분할까요?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소추는 형사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절차와 관련된 말입니다. 이 조항을 읽을 때 흔히 생기는 혼동이 있습니다. 재직 중 기소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곧바로 모든 수사가 금지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026년 7월 9일 판결에서 이 둘을 구분했습니다. 내란·외환 이외의 혐의로 현직 대통령을 형사상 소추할 수 없더라도, 수사까지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 접수와 증거 수집·보전 등 기본적인 수사 조치가 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강제수사가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처분에는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합니다.
이 차이는 혐의별로도 중요합니다. 직권남용은 공수처법에 열거된 범죄이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에는 헌법 제84조의 제한이 따릅니다. 반면 내란·외환은 헌법이 재직 중 소추 제한의 예외로 명시한 범죄입니다. 헌법상 기소가 가능하다는 문제와 공수처가 해당 혐의를 수사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는 다시 구별해야 합니다.
내란 혐의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수 있나요?
내란죄 자체는 공수처법이 열거한 고위공직자범죄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련 사건에서 공수처의 수사권이 쟁점이 됐습니다. 공수처법 제2조 제4호는 열거된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범죄 가운데, 원래 혐의와 직접 관련되고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관련범죄’로 다룰 수 있도록 합니다. 두 혐의가 같은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사건 사이의 구체적인 연결을 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2026년 7월 9일 대법원 판결은 이 기준을 실제 사건에 적용했습니다. 당시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에 관한 고발을 접수해 수사했고, 그 과정에서 함께 제기된 내란 혐의를 다뤘습니다. 대법원은 두 혐의의 사실관계와 증거가 밀접하게 연결된 점 등을 검토해 공수처의 관련범죄 수사권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내란 혐의라면 어느 사건에서나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먼저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혐의가 있는지, 추가 혐의가 그 수사와 직접 관련되는지를 사건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공수처가 수사하면 기소도 맡을까요?
수사권과 기소권의 범위도 다릅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중인 공수처법 제3조는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규정합니다. 공수처가 직접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중대범죄수사청장과 일정 직급 이상의 수사관 등 법에 열거된 직위로 한정됩니다. 대통령은 그 기소 대상 명단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에 관한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했다고 해서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라 직접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은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합니다.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현직인지, 혐의가 내란·외환인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이 법의 기관 명칭과 송부 절차는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개정 내용을 기준으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공수처와 대통령이라는 두 단어가 한 제목에 붙으면 권한이 전부 있거나 전부 없는 것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실제 법은 대상자, 혐의, 수사 방법, 기소 권한을 각각 다른 문턱에 놓았습니다. 사건을 볼 때도 어느 기관이 움직였는지만큼 어떤 혐의로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