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역할 5가지 왜 나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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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역할 5가지 왜 나뉘어 있을까요?

얼마 전 강의에서 탄핵심판과 헌법소원을 같은 절차로 생각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뉴스에는 둘 다 헌법재판소가 등장하니 헷갈릴 만합니다. 그런데 누가 심판을 청구하고, 무엇을 판단하며, 결정 뒤에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서로 다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다섯 종류로 나눕니다. 재판관은 9명으로 구성됩니다. 아래 다섯 역할을 볼 때는 사건의 주인공보다 ‘심판 대상’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을 먼저 확인하면 흐름이 잡힙니다.

1. 위헌법률심판은 법률 자체를 판단합니다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따지는 절차입니다. 가령 어떤 소송의 결과가 특정 법률 조항에 달려 있는데 그 조항이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의문이 생겼다고 해보죠. 이때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제청할 수 있습니다. 법률의 위헌 여부가 진행 중인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흔히 ‘헌법재판소에 직접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심판을 제청하는 주체는 법원입니다. 당사자가 법원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절차가 이어질 수는 있어도 같은 이름의 절차는 아닙니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법률이나 조항은 원칙적으로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잃습니다. 형벌에 관한 조항에는 소급효에 관한 별도 규칙이 적용됩니다. 헌법재판소가 당사자 한 사람의 승패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판에 쓰일 법률의 효력까지 판단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2. 탄핵심판은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판단합니다

탄핵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일정한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절차입니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도 헌법이 정한 대상에 들어갑니다. 먼저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합니다. 언론에서 ‘탄핵안 가결’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그 시점에 파면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다른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의 찬성이 기준입니다. 소추가 의결되면 심판이 있을 때까지 해당 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정지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위반 사실과 그 사유를 심리한 뒤 파면 여부를 결정합니다. 파면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탄핵심판의 판단 대상은 공직 유지 여부입니다. 형사처벌 여부는 별도의 수사와 재판에서 다뤄지므로, 탄핵 소식과 형사 사건 소식은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3.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을 따집니다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청구 주체는 정부이고,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거나 어떤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해산하는 절차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정당의 존립 자체를 바꾸는 만큼 제도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헌법재판소의 공식 설명도 정당해산심판은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밝힙니다.

해산 결정 역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결정이 선고되면 정당이 해산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행합니다. 기사에서 정부의 ‘청구’와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구가 곧 해산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4. 권한쟁의심판은 기관 사이의 권한 범위를 가립니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도 ‘이 일을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헌법 제111조는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를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도록 정합니다.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직접 다투는 헌법소원과는 청구 주체부터 다릅니다.

가령 한 기관의 처분이 다른 기관에 법으로 주어진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떠올리면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이 있는지, 있다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합니다. 필요한 경우 권한을 침해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안내에 따르면 권한쟁의심판은 침해 사유를 안 날부터 60일 이내, 사유가 생긴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런 기사에서는 어느 기관이 상대 기관의 어떤 행위로 자신의 권한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지 살피면 쟁점이 선명해집니다.

5. 헌법소원심판은 기본권 침해를 다룹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청구하는 심판입니다.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뿐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 절차를 모두 거친 뒤 청구해야 합니다. 단순히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청구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위헌법률심판과 이어지는 길도 있습니다. 소송 당사자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라는 기간이 적용됩니다. 같은 ‘헌법소원’이라도 무엇을 문제 삼는지에 따라 요건이 달라집니다.

2026년 3월 12일부터는 확정된 법원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헌법소원 규정도 시행됐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등 법에 열거된 사유에 한정되며, 확정일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모든 확정판결을 다시 심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래된 설명 자료에서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보았다면 적용 시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 심판은 모두 헌법을 기준으로 삼지만, 법률·공직자·정당·기관의 권한·개인의 기본권처럼 판단 대상이 다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 소식을 읽을 때는 사건의 찬반보다 먼저 청구 주체와 심판 대상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 두 가지만 알아도 결정의 의미를 훨씬 차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역할 5가지 왜 나뉘어 있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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