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는 우리 생활과 어떻게 이어질까요?

강의에서 헌법 제1조를 읽으면 앞부분은 익숙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런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문장이 선거나 법률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묻는 순간,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짧은 조문이지만 국가가 누구의 뜻을 바탕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밝히는 출발점입니다.
헌법 제1조의 두 문장은 무슨 뜻일까요?
현행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합니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이어집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조문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주권은 나라의 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가 큰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그 권한의 출처는 국민이라는 뜻이지요. 공화국이라는 말에는 국가를 특정 가문이나 한 개인의 소유물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민 한 사람이 국가기관의 결정을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민의 뜻은 선거와 헌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국가 권력으로 나타납니다. 제1조는 권력의 출처를 말하고, 다른 조항들은 그 권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지 정합니다.
이 문장은 언제 헌법에 들어왔을까요?
국사편찬위원회 자료를 보면 1919년 4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왕이 통치하던 체제와 다른 나라의 모습을 선언한 것이지요. 다만 당시의 임시헌장과 현재 시행 중인 헌법은 서로 다른 문서입니다.
1948년에는 5월 10일 총선거로 구성된 제헌국회가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제헌국회는 7월 12일 헌법안을 의결했고, 헌법은 7월 17일 공포됐습니다. 제헌절이 7월 17일인 이유입니다. 당시 제헌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제1조였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장은 제2조였습니다. 두 문장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한 조문에 들어 있던 것은 아닙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공포되고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이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등을 담은 제9차 개헌의 결과입니다. 헌법을 읽을 때 공포일과 시행일을 구분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서가 공식 발표된 날과 실제 효력이 시작된 날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국민의 권력은 어떻게 행사될까요?
가장 익숙한 통로는 선거입니다. 헌법 제41조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된다고 규정합니다. 제67조도 대통령 선거에 같은 네 가지 원칙을 둡니다. 국민이 대표를 뽑고, 대표와 국가기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일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국회가 법률을 만들 때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권한을 위임받지만,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와 정해진 입법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공무원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한 제7조도 권력이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하는지 보여 줍니다.
국민투표는 국민이 직접 의사를 표시하는 또 다른 통로입니다. 특히 헌법을 고칠 때는 문턱이 높습니다. 헌법 제130조에 따라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이어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해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나라의 기본 규칙을 바꾸는 일인 만큼 국회의 결정과 국민의 직접 투표를 모두 요구하는 것입니다.
다수의 뜻이면 언제나 충분할까요?
제1조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지점도 있습니다. 어떤 쪽은 선거에서 확인된 다수의 선택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쪽은 선거에서 이긴 권력도 소수자의 권리와 국가기관 사이의 견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두 주장 모두 국민의 뜻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헌법은 이 문제를 제1조 한 문장에 맡기지 않습니다.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규정하고, 제11조는 법 앞의 평등을 명시합니다. 따라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책인지와 함께 기본권을 존중하는지, 권한을 가진 기관이 정해진 절차를 지켰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뉴스에서 ‘국민의 뜻’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의 의견이 어떤 절차로 확인됐는지 떠올려 봅니다. 선거 결과인지, 국회 표결인지, 국민투표인지에 따라 그 말의 근거와 효력이 다릅니다. 헌법 제1조는 익숙한 구호로 끝나기보다, 권력이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묻게 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