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불합치 사례는 왜 바로 법이 바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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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불합치 사례는 왜 바로 법이 바뀌지 않을까요?

강의에서 헌법재판소 뉴스를 다루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헌법에 맞지 않는다면서 왜 그 법을 당장 없애지 않나요?” 헌법 불합치 사례를 읽을 때 가장 헷갈리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법의 문제가 확인된 날과 실제 제도가 바뀐 날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불합치는 무슨 뜻일까요?

헌법불합치는 법률이나 제도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고칠지는 국회가 정하도록 여지를 두는 결정입니다. 문제가 된 조항을 즉시 없애면 선거구처럼 꼭 필요한 규칙까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규칙을 오래 유지하면 확인된 권리 침해가 계속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사건에 따라 개정 시한을 정하고, 그때까지 기존 조항을 계속 적용할지 적용을 멈출지도 결정문에 밝힙니다.

그래서 ‘헌법불합치’라는 네 글자만으로 당장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결정 날짜, 고쳐야 할 조항, 개정 시한, 그동안의 적용 여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다음 세 사례는 같은 결정 형식이 서로 다른 경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선거구 인구 차이, 표의 가치가 달라진 사례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구가 크게 다른 두 선거구에서 각각 의원 한 명을 뽑으면 유권자 한 사람의 표가 갖는 가치도 달라집니다. 재판소는 선거구 사이의 최대 인구와 최소 인구 비율을 2대 1 이내로 맞춰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전에 적용하던 3대 1보다 엄격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선거구 구역표를 그날 바로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법정 선거구가 사라지면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어떤 구역을 기준으로 선거를 치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판소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하고 그때까지 기존 구역표를 적용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시한 안에 새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례는 법적 공백을 막으려고 둔 유예기간에도 입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여기에는 두 기준이 함께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지역의 표도 인구가 적은 지역의 표와 가능한 한 비슷한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동시에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지역의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논의해야 합니다. 재판소가 인구 비율의 한계를 정했다면, 구체적인 경계를 그리는 일은 국회의 몫이었습니다.

대체복무, 병역의 종류를 넓힌 사례

2018년 6월 28일에는 병역법이 정한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가 없는 점이 문제 됐습니다. 종교적 신앙이나 양심을 이유로 집총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군사훈련을 전제로 한 복무만 제시하면 양심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의무 자체를 없애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면서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2019년 12월 31일까지 입법 시한을 줬습니다.

국회는 그 시한에 맞춰 대체역 관련 법률을 제정했고, 법률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대체역 편입 신청에 관한 규정은 2020년 6월 30일부터 시행됐으며, 첫 대체복무는 같은 해 10월 26일 시작됐습니다.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복무하는 방식입니다. 법 시행일과 실제 복무 시작일이 다른 까닭은 신청과 심사, 시설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논의의 두 축도 분명합니다. 한쪽은 진지한 양심에 따른 거부자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쪽은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제도 악용 가능성을 따집니다. 결정 뒤 만들어진 제도가 이 두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살피면, 헌법불합치 결정이 곧바로 특정 제도의 모든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보입니다.

낙태죄, 개정 시한을 넘겨 효력이 사라진 사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과,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소는 태아의 생명 보호가 중요한 공익임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상황에 놓인 임신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방식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소는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치도록 하고, 그전까지는 해당 조항을 계속 적용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시한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두 처벌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습니다. 이 날짜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9년 결정 직후 처벌 조항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효력 상실이 임신중지와 관련된 의료·보건 제도의 세부 기준까지 자동으로 마련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사안에서는 임신한 사람의 건강과 자기결정권, 태아의 생명 보호, 의료 접근성 등을 함께 논의합니다. 어느 하나를 구호로 바꾸면 실제 입법에 필요한 기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범위와 국회가 아직 다뤄야 할 문제를 구별하는 편이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같은 결정 이름이라도 이후의 날짜는 다릅니다

세 사례에서 확인할 것은 선고일 하나가 아닙니다. 선거구 사건에서는 잠정 적용 뒤 입법이 늦어졌고, 대체복무 사건에서는 시한에 맞춘 법 제정 뒤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됐습니다. 낙태죄 사건에서는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해당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습니다. 뉴스에서 ‘헌법불합치’라는 말을 만나면 어떤 조항이 문제였는지, 언제까지 고쳐야 했는지, 그 사이 법이 적용됐는지, 실제로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날짜순으로 놓아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시간 차이를 보는 일이 제도 변화의 현재 위치를 이해하는 가장 차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불합치 사례는 왜 바로 법이 바뀌지 않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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