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 1조 1항 2항은 왜 따로 읽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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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 1조 1항 2항은 왜 따로 읽어야 할까요?

강의에서 헌법 첫 조문을 읽으면 익숙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민주공화국’과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가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물으면 잠시 말이 멈춥니다. 두 문장은 함께 읽어야 하지만,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1항은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라고 말할까요?

현행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합니다. ‘민주’는 국가의 정치적 결정이 국민의 의사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화국’은 국가의 지위와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가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나라를 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정해진 기간에 권한을 맡아 행사합니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정하고 대통령의 중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권한을 맡는 절차와 그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 모두 헌법의 규율을 받습니다.

여기서 ‘민주’와 ‘공화’를 같은 말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앞의 말이 정치 권력의 근거를 묻는다면, 뒤의 말은 국가를 사적인 소유물처럼 다룰 수 없다는 성격을 드러냅니다. 제1항의 짧은 문장에는 대한민국의 국가 형태가 담겨 있습니다.

2항의 ‘모든 권력’은 어떻게 국민에게서 나올까요?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합니다. 주권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주체가 국민이라는 선언이지요.

그렇다고 국민 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을 국회에 맡기고, 제41조는 국회의원을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뽑도록 합니다. 국민이 선거로 대표자를 구성하고, 대표자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대통령도 국민의 선거로 선출됩니다.

국민이 직접 판단하는 절차도 있습니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뒤 국민투표에 부쳐집니다. 다만 모든 정책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도 우리 헌법이 대표자를 통한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 사안에 국민투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권력’이라는 표현은 공직자가 권한의 출발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과 그 권한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은 다릅니다. 어느 기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헌법의 다른 조항과 법률, 절차를 함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두 문장은 처음부터 한 조에 있었을까요?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1948년 제헌헌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제1조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시 제2조였지요. 지금은 두 문장이 제1조의 제1항과 제2항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익숙한 표현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조문 배열까지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제헌헌법은 1948년 7월 17일 공포됐습니다. 이후 헌법은 아홉 차례 개정됐습니다. 현행 헌법으로 이어지는 제9차 개헌의 경위는 날짜를 구분해서 볼 만합니다.

  •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 1987년 10월 12일: 국회가 헌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가 실시됐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보 자료에는 투표율이 78.2%로 기록돼 있습니다.
  • 1987년 10월 29일: 개정 헌법이 공포됐습니다.
  • 1988년 2월 25일: 개정 헌법이 시행됐습니다.

국민투표일과 공포일, 시행일은 서로 다릅니다. 국가기록원의 개헌 기록과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헌법 표기를 나란히 보면 이 순서가 분명해집니다. 1987년 개헌에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가 채택됐고, 헌법재판소도 설치됐습니다.

뉴스에서 제1조를 만나면 무엇을 구분할까요?

가령 어떤 정책을 두고 “국민이 원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합시다. 그 말만으로 헌법 제1조 제2항에 맞는 정책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의 의사를 어떤 절차로 확인했는지, 결정을 내릴 기관에 권한이 있는지, 다른 헌법 조항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선거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이후의 모든 결정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선거는 권한을 맡기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맡은 권한의 범위와 행사 방식은 계속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헌법 제1조를 읽을 때 저는 두 질문을 함께 떠올립니다. 권력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그리고 맡겨진 권력은 어떤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가. 짧은 두 항이지만, 뉴스를 읽을 때 오래 쓰이는 기준이 됩니다.

헌법 제 1조 1항 2항은 왜 따로 읽어야 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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