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 계산법은 왜 지역구 의석도 셀까요?

강의에서 선거 결과를 함께 읽다 보면, 정당 득표율이 같은데도 비례대표 의석수가 다르다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득표율에 비례 의석수만 곱하면 될 것 같은데 실제 계산은 한 단계를 더 거칩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이미 얻은 의석을 비례대표 배분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정당 득표율만 곱하면 안 되는 이유
유권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표를 행사합니다. 한 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다른 한 표는 비례대표 정당에 줍니다. 지역구에서는 각 선거구의 당선자를 뽑고, 비례대표에서는 정당에 돌아갈 의석을 계산한 뒤 그 정당의 후보자 명부 순서에 따라 당선자를 정합니다.
2024년 4월 10일 치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정수는 300석이었습니다.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기록에 나온 수치죠. 비례대표가 전체의 약 15.3%여서 정당 득표율과 국회 전체 의석 비율이 정확히 같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병립형과 준연동형이라는 말이 갈립니다. 병립형은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 결과와 별도로 나눕니다.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로 기대되는 전체 의석과 이미 얻은 지역구 의석의 차이를 계산에 넣습니다. ‘준’이라는 말은 그 차이를 전부 채우지 않고 절반을 반영한다는 뜻입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부터 쓰인 방식이며, 당시의 ‘연동 의석 30석’ 설명을 2024년 선거의 46석 계산에 그대로 가져오면 시기가 뒤섞입니다.
100석짜리 가상 선거로 계산해 보면
숫자를 작게 놓아 보겠습니다. 전체 100석 가운데 지역구가 80석, 비례대표가 20석인 가상의 선거입니다. A·B·C 세 정당만 의석 배분 대상이고, 정당 득표비율은 각각 50%, 30%, 20%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지역구에서는 A가 45석, B가 25석, C가 10석을 얻었습니다. 실제 선거 결과가 아니라 계산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먼저 전체 100석에 각 정당의 득표비율을 곱합니다. A의 기준은 50석, B는 30석, C는 20석입니다. 여기에서 지역구 당선 의석을 빼면 A는 5석, B는 5석, C는 10석이 모자랍니다. 준연동형의 첫 단계에서는 이 차이의 절반을 구합니다. A와 B는 각각 2.5석, C는 5석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89조의 반올림 규칙을 적용하면 연동 배분 의석은 A 3석, B 3석, C 5석입니다. 합계는 11석이므로 비례대표 20석 가운데 9석이 남습니다. 남은 의석은 득표비율대로 다시 계산합니다. A는 4.5석, B는 2.7석, C는 1.8석입니다. 정수 부분인 4·2·1석을 먼저 주고, 남은 두 자리는 소수 부분이 큰 C와 B에 한 석씩 줍니다.
따라서 비례대표 최종 배분은 A 7석, B 6석, C 7석으로 모두 20석입니다. 같은 조건을 병립형으로 계산하면 A 10석, B 6석, C 4석입니다. 두 방식의 차이가 C에서 특히 잘 보입니다. 정당 득표비율은 20%인데 지역구 의석은 10석이었으므로, 준연동형 계산에서 그 차이의 일부가 반영된 것입니다.
실제 계산에서 확인할 숫자는 더 있습니다
가상 사례에서는 세 정당만 놓고 득표비율의 합을 100%로 만들었습니다. 실제 선거에서는 먼저 의석 배분 대상 정당을 가린 뒤, 그 정당들이 받은 비례대표 득표수의 합을 분모로 삼아 각 당의 배분용 득표비율을 구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전체 유효투표 대비 득표율’과 계산에 쓰인 비율이 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또 의석 배분 대상이 아닌 정당이나 무소속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다면, 연동 계산에 쓰는 전체 의석수에서도 그 당선 의석을 빼야 합니다. 첫 단계에서 계산된 연동 의석의 합이 비례대표 정수를 넘으면 각 당의 연동 의석을 비율에 맞춰 조정합니다. 정수 배분 뒤 남는 자리에는 소수 부분의 크기를 비교하는 규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한 정당의 득표율만 보고 최종 의석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위성정당도 결과를 읽을 때 빠뜨리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지역구에 후보를 낸 정당과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낸 정당이 별개라면, 선거 계산에서도 각각 다른 정당으로 취급합니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 득표를 같은 정당의 숫자처럼 합쳐 계산하면 실제 배분과 달라집니다.
2026년 위헌 결정 뒤에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2024년 선거 당시 공직선거법은 전국 비례대표 유효투표의 3% 이상을 얻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얻은 정당에 비례 의석을 배분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6년 1월 29일 이 자격 요건을 정한 제189조 제1항 전체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3% 기준만 없애고 지역구 5석 기준을 남기면 오히려 자격 요건이 더 엄격해진다는 점도 결정 이유에 담겼습니다.
그렇다고 2024년 선거의 계산 사례를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례는 당시 실제로 적용된 방식을 설명합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다음 국회의원 선거의 배분 대상을 설명하면서 ‘3% 또는 지역구 5석’이라고 확정된 현행 기준처럼 말해서는 안 됩니다. 향후 계산은 위헌 결정에 따른 입법 내용과 해당 선거의 의석 정수를 확인한 뒤 해야 정확합니다.
비례대표제 계산법을 읽을 때 저는 숫자를 세 묶음으로 나눠 봅니다. 그 선거의 비례 의석 정수, 정당별 비례 득표수, 지역구 당선 의석입니다. 여기에 적용 시점의 자격 기준까지 확인하면, 같은 득표율이 왜 서로 다른 의석으로 이어지는지 훨씬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