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약, 왜 ‘협약’보다 ‘파리협정’이라고 부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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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 왜 ‘협약’보다 ‘파리협정’이라고 부를까요?

강의실에서 기후 뉴스를 다루다 보면 의외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파리기후협약이 정확히 뭐예요?”라는 질문입니다. 기사 제목에는 파리기후협약, 파리협정,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섞여 나오는데, 사실 국제법 문서의 공식 명칭에 가까운 표현은 ‘파리협정’입니다. 영어로는 Paris Agreement입니다.

다만 한국어 뉴스에서는 오래전부터 ‘파리기후협약’이라는 말도 널리 쓰였습니다. 그래서 두 표현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국제 합의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내용을 정확히 따질 때는 ‘파리협정’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맞습니다.

파리협정은 언제, 왜 만들어졌나요?

파리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즉 COP21에서 채택됐습니다. 발효일은 2016년 11월 4일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안내 기준으로 2026년 1월 27일 현재 당사자는 194개입니다.

여기서 배경을 조금 봐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큰 틀은 1992년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뒤 1997년 교토의정서가 나왔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방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역사적으로 많이 배출한 나라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 배출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신흥국의 경제 규모와 배출량이 커졌고, 선진국만 줄여서는 전체 배출을 관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또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참여하되, 각국 사정에 맞춰 목표를 내는 새 틀이 필요해졌습니다. 그 결과가 파리협정입니다.

목표는 2도와 1.5도입니다

파리협정의 가장 유명한 문장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 억제하고,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산업화 이전은 보통 1850년에서 1900년 무렵을 기준으로 말합니다.

숫자만 보면 1.5도와 2도 차이가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기후정책에서는 큰 차이입니다. 평균기온 0.5도 차이는 폭염 일수, 강수 패턴, 해수면 상승, 생태계 피해 규모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1.5도 특별보고서를 낸 뒤, 국제회의의 언어도 ‘2도 이하’에서 ‘1.5도 목표 유지’ 쪽으로 더 많이 이동했습니다.

물론 파리협정이 “내일부터 모든 나라가 똑같이 몇 퍼센트 줄여라”라고 명령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각국이 스스로 감축 목표를 정해 제출합니다. 이 목표를 NDC, 우리말로는 국가결정기여라고 부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설명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NDC를 준비하고, 통보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NDC는 약속이지만, 방식은 각자 다릅니다

NDC를 이해하면 파리협정의 성격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몇 퍼센트를 줄이겠다고 쓰고, 어떤 나라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보다 몇 퍼센트를 줄이겠다고 씁니다. 기준연도, 산정 방식, 포함 부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지점 때문에 파리협정에는 장점과 약점이 같이 있습니다. 장점은 참여 폭입니다. 모든 나라가 각자 가능한 목표를 들고 들어오기 때문에 국제 합의가 유지되기 쉽습니다. 약점은 목표의 강제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목표를 냈다고 해서 자동으로 국내 정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고, 목표를 못 지켰을 때 벌금을 내는 구조도 아닙니다.

대신 파리협정은 투명성과 반복 점검을 중시합니다. 각국이 목표를 내고, 이행 상황을 보고하고, 5년마다 전 세계 진행 상황을 점검합니다. 이 절차를 전 지구적 이행점검, 영어로는 Global Stocktake라고 부릅니다. 첫 이행점검은 2023년 COP28에서 이뤄졌습니다.

2023년 이후 달라진 표현이 있습니다

2023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는 처음으로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가 공식 논의됐습니다. 이 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세 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두 배로 높이자는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또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표현도 합의문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장의 강도입니다. 일부 시민사회와 취약국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더 강한 표현을 원했습니다. 반면 산유국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속도와 방식에서 여지를 둬야 한다고 봤습니다. 최종 문구는 양쪽의 힘겨루기 속에서 만들어진 절충입니다.

그래서 파리협정 이후의 기후외교를 볼 때는 “세계가 합의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엇에 합의했는지, 그 표현이 의무인지 권고인지, 시행 시점과 비용 부담은 누가 지는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국제회의 문장 하나가 실제 전력망 투자, 자동차 산업, 철강·시멘트 공정, 농업 정책으로 내려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과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한국도 파리협정의 틀 안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 왔습니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제,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부문 감축, 수송 부문 전환 같은 정책이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다만 정책 효과와 비용 배분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됩니다.

찬성 쪽 논거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기후 피해가 커질수록 나중에 치를 비용이 커지고, 수출 산업도 국제 탄소 규범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처럼 무역 규칙이 바뀌면 기업 경쟁력 문제가 됩니다. 에너지 전환을 산업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여기서 나옵니다.

반대나 신중론도 있습니다. 전력요금 부담, 제조업 비용 상승, 전력 공급 안정성, 지역 일자리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처럼 공정 자체에서 배출이 많은 산업은 단기간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이 논점은 단순히 기후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 속도와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파리협정을 읽을 때 저는 세 가지를 같이 보라고 말합니다. 첫째, 목표 숫자입니다. 1.5도, 2도, 2030년, 2050년 같은 기준입니다. 둘째, 실행 수단입니다. 전력, 산업, 수송, 건물, 농업 중 어디를 어떻게 바꿀지입니다. 셋째, 비용 배분입니다. 정부, 기업, 소비자, 미래 세대 중 누가 어느 정도 부담할지입니다.

기후 뉴스는 때때로 너무 거대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제법 문장과 국내 제도, 기업 투자, 가정의 전기요금이 한 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파리기후협약이라는 말을 만나면 거창한 선언으로만 넘기기보다, 각 나라가 낸 목표와 그 목표를 뒷받침할 정책이 실제로 있는지 차분히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파리기후협약, 왜 ‘협약’보다 ‘파리협정’이라고 부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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