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임기 4년은 언제부터 셀까요?

강의에서 총선 날짜를 적어 놓으면 ‘그날부터 새 국회의원이 일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선거일과 임기 시작일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알면 ‘국회의원 임기 4년’이라는 말도 훨씬 정확하게 읽힙니다.
4년은 어디에 정해져 있을까요?
대한민국헌법 제42조는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정합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대체로 4년 간격으로 치러지는 근거입니다. 이 규정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여기서 임기는 한 사람이 반드시 4년을 모두 재직한다는 보장이 아닙니다. 총선으로 구성된 국회의 기본 활동 기간을 뜻합니다. 의원이 중간에 사퇴하거나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선거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회의 임기는 4년’과 ‘모든 의원이 똑같이 4년을 재직한다’는 서로 다른 말입니다.
대통령 임기와도 구별해야 합니다. 헌법 제70조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하고 중임을 금지합니다. 반면 국회의원에게는 헌법상 중임 금지 규정이 없습니다.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 다음 4년의 임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 당선된 의원의 재직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거일과 임기 시작일은 왜 다를까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4월 10일에 열렸습니다. 하지만 제22대 국회의 임기는 그날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회의록이 표시하는 제22대 국회의 기간은 2024년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선거일부터 임기 시작일까지는 약 50일의 간격이 있는 셈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4조에 따르면 총선으로 뽑힌 의원의 임기는 전임 의원의 임기가 끝난 다음 날 시작됩니다. 제21대 국회의 기간이 2024년 5월 29일에 끝났으므로 제22대는 5월 30일에 시작했습니다. 당선이 확정된 날과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를 수행하는 첫날을 혼동하기 쉬운 이유입니다.
총선일도 임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직선거법 제34조는 임기 만료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일을 전임 의원의 임기 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정합니다. 공휴일 등과 겹치면 선거일이 다음 주 수요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2024년 총선은 이 규정에 따라 4월 10일에 치러졌고, 새 의원들의 임기는 5월 30일에 시작됐습니다.
중간에 당선된 의원도 새로 4년을 채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4조는 의원의 임기가 시작된 뒤 치르는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의 임기가 당선 결정 때부터 시작되며,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진다고 규정합니다. 흔히 말하는 ‘잔여 임기’입니다.
가령 제22대 국회 중간에 지역구 의원의 자리가 비어 보궐선거로 새 의원을 뽑는다고 해보죠. 그 의원의 임기는 당선된 시점부터 제22대 국회가 끝나는 2028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이유로 그날부터 별도의 4년이 시작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후에도 의정 활동을 계속하려면 다음 총선에서 다시 당선돼야 합니다.
‘재선거’라는 말은 ‘보궐선거’와 일상적으로 섞여 쓰이지만, 선거법에서는 실시 사유를 구분합니다. 여기서 임기를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같습니다. 이미 시작된 국회 임기 중에 선출된 의원에게는 남은 기간이 적용됩니다. 뉴스에서 재보궐선거 당선자의 임기를 언급할 때 선거 날짜와 해당 국회의 종료 날짜를 함께 봐야 하는 까닭입니다.
4년이라는 기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4년은 유권자가 의원의 활동을 평가하고 다시 선택할 기회가 돌아오는 간격입니다. 한편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일에는 여러 해에 걸친 조사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선거가 너무 잦으면 이런 작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반대로 4년 동안 유권자의 평가가 선거 결과로 곧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책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때에는 그 간격이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임기 길이를 둘러싼 논의가 나온다면 대표성의 갱신과 의정 활동의 지속성을 함께 따져볼 문제입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법 조문만으로 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임기 4년’이라는 문장을 볼 때 저는 세 가지 날짜를 나란히 적습니다. 선거일, 임기 시작일, 임기 종료일입니다. 여기에 중간 선거로 선출된 의원인지까지 확인하면, 같은 4년이라는 표현 속에 들어 있는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