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요?

얼마 전 강의에서 영문 기사에 나온 ‘ETS’를 보고 탄소배출권을 뜻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가리키는 대상이 다릅니다. ETS는 배출권을 사고파는 제도이고, 배출권은 그 안에서 거래되는 단위입니다. 이 차이를 알면 영어 표현도 훨씬 또렷해집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영어로 쓰면 무엇일까요?
제도 이름은 보통 emissions trading system, 줄여서 ETS라고 씁니다. ‘배출권’을 분명히 드러내려면 emissions allowance trading system이라는 표현도 가능합니다. 한국 제도를 지칭할 때는 Korea Emissions Trading System, 즉 K-ETS라고 부릅니다. 국제탄소행동파트너십도 이 명칭을 사용합니다.
기사에서 cap and trade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cap은 배출허용총량이라는 상한, trade는 배출권 거래를 뜻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배출권거래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할 때 이 표현을 씁니다. 따라서 ETS는 제도의 이름에 가깝고, cap and trade는 제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말에 가깝습니다.
거래 대상인 ‘배출권’은 영어로 emission allowance라고 합니다. 보통 배출권 한 단위는 온실가스 1톤을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여러 온실가스의 영향을 같은 기준으로 나타낸 수치입니다. 한편 carbon credit은 감축 사업 등으로 생긴 실적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단어가 기사에서 함께 등장하더라도 발생 방식과 제도상 쓰임을 확인해야 합니다.
총량을 정한 뒤 거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식은 숫자로 보면 쉽습니다. 어떤 제도에 속한 두 기업에 각각 배출권 1,000개가 배정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A 기업의 실제 배출량이 900톤이면 배출권 100개가 남습니다. B 기업이 1,100톤을 배출했다면 100개가 부족합니다. A가 남은 배출권을 B에 팔면 두 기업은 각자의 배출량에 맞는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두 기업에 배정된 양의 합계는 2,000개 그대로입니다.
실제 제도에서는 정부가 적용 대상과 배출허용총량을 정하고, 배출권을 무상으로 나눠 주거나 경매로 판매합니다. 대상 기업은 배출량을 측정·보고하고, 확인된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제출합니다. 기업끼리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배출량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허용량을 어떻게 설정하고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조정하는지가 제도의 성과에 영향을 줍니다.
유럽연합은 2005년에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했고, 같은 달 12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고한 한국의 제4차 계획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입니다. 제도 시행일, 시장 거래 시작일, 개별 계획기간의 시작일이 서로 다른 날짜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모든 기업이 배출권을 사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의무 참여 여부는 사업 규모와 배출량 등에 따라 정해집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안내에 제시된 기준에는 최근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연평균이 업체 전체로 12만 5,000톤 이상이거나 개별 사업장으로 2만 5,000톤 이상인 경우가 포함됩니다. 적용 여부를 말할 때는 특정 연도 한 번의 배출량이 아니라 기준 기간과 지정 기준을 함께 봐야 합니다.
대상 기업이라고 해서 필요한 배출권을 모두 경매에서 사는 것도 아닙니다. 배출권은 무상할당과 유상할당 방식으로 배분될 수 있고, 비율과 적용 방식은 계획기간 및 업종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라는 문장만으로 어느 기업이 얼마를 부담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제4차 계획기간의 내용을 읽을 때도 대상 업종, 할당 방식, 연도별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찬반 논거는 어디에서 갈릴까요?
찬성 쪽은 기업마다 감축 비용이 다르다는 점을 듭니다. 적은 비용으로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이 먼저 줄이고 남은 배출권을 판매하면, 정해진 총량 안에서 감축 부담을 나눌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배출에 가격을 매기면 설비 투자와 생산 방식에도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우려하는 쪽은 배출권을 너무 많이 배정하거나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감축 투자가 늦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자료에도 초기 제도에서 배출권 공급이 실제 배출량을 웃돌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사례가 나옵니다. 기업의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과 업종별 경쟁 여건 역시 함께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두 주장 모두 제도 설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배출허용총량이 충분히 줄어드는지, 실제 배출량을 정확히 확인하는지, 거래 가격이 기업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봐야 합니다. 앞으로의 성과도 한 방향으로 단정하기보다, 총량과 가격이 각각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나눠 보는 편이 정확하겠습니다. 영문 기사에서 ETS를 다시 만나면 먼저 ‘어느 나라의 제도이며, 어느 기간의 규칙인가’를 확인하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