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용어 조각은 왜 죄가 사라진다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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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용어 조각은 왜 죄가 사라진다는 뜻일까요?

뉴스 해설 수업에서 ‘위법성이 조각됐다’는 문장을 읽으면, 조각상을 떠올리는 분이 있습니다. 법률 용어 조각은 무언가를 깎아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범죄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특정 사유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다만 무엇이 인정되지 않는지는 ‘조각’ 앞에 붙은 말을 봐야 합니다.

조각 앞에 붙은 말이 중요합니다

형사 사건을 이해할 때는 보통 세 단계를 구분합니다. 먼저 행위가 법에 적힌 범죄의 모습에 해당하는지 봅니다. 이를 구성요건 해당성이라고 합니다. 그다음 그 행위가 법질서상 허용될 수 없는지, 곧 위법성을 따집니다. 행위자에게 그 일을 형사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지, 책임을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밀쳐 다치게 했다면 상해에 관한 규정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누군가 공격하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밀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행위의 외형을 확인한 뒤에도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옵니다.

이 구분은 말장난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와 ‘그 일은 있었지만 법이 허용한다’는 사실관계부터 다릅니다. 또 ‘행위는 위법하지만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도 별개입니다. 그래서 기사에 조각이라는 두 글자만 보이면, 무엇이 조각됐는지 한 번 더 읽어야 합니다.

위법성 조각은 언제 거론될까요?

형법은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을 각각 규정합니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는 법령에 따른 행위나 정당한 업무로 인한 행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를 다룹니다. 제21조의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를 갖춘 경우를 말합니다.

일상어로 ‘방어했다’고 해서 모두 정당방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격이 이미 끝났는지, 방어하려는 뜻이 있었는지, 대응의 정도가 당시 상황에 비추어 상당했는지 살핍니다. 대법원은 침해가 ‘현재’인지 판단할 때 공격의 한 장면만 떼어 보지 않고, 이어지는 침해 상황이 실제로 끝났는지도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정당방위를 배제할 수도 없다고 봤습니다.

긴급피난은 다른 구조입니다. 형법 제22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닥친 현재의 위난을 피하려는 행위를 다룹니다. 정당방위가 ‘부당한 침해’에 대응하는 문제라면, 긴급피난에서는 위험을 피하려는 행동이 문제 됩니다. 같은 ‘위법성 조각’이라는 표현 아래 묶이더라도, 법이 요구하는 상황은 서로 다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조문은 형법 제310조입니다. 조문 제목부터 ‘위법성의 조각’입니다. 공개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말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라도, 그 내용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허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실성에 더해 공공의 이익이라는 조건을 함께 따집니다.

좋은 목적만으로 충분할까요?

실제 사건을 보면 판단이 더 선명해집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한 대법원 판결에서는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공장 출입구를 약 4시간 막아 생닭 운송 트럭 5대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그들의 목적에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는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출입 자체를 막은 방법과 회사 업무에 생긴 피해를 함께 고려해,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관심사가 놓여 있습니다. 한쪽은 동물 보호를 위한 표현과 행동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다른 쪽은 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업장의 업무가 장시간 막힌 피해를 말합니다. 법원은 어느 주장이 더 마음에 드는지를 고르기보다, 행위의 목적과 수단, 보호하려는 이익과 침해된 이익을 구체적인 사실에 대입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 주는 범위도 분명합니다. 같은 목적을 가진 모든 행동이 위법하다는 판정이 아닙니다. 당시의 장소, 막은 시간, 참여 인원, 실제 방해 정도가 판단에 들어갔습니다. 뉴스에서 ‘위법성 조각 불인정’이라는 제목만 읽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책임 조각과 감경은 어떻게 다를까요?

위법성과 책임도 구별해야 합니다. 위법성 조각은 행위가 그 상황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책임 조각은 위법한 행위가 있었더라도 행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이 경우가 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사례로 설명됩니다.

반면 같은 조 제2항은 그 능력이 미약한 경우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합니다. ‘능력이 없다’와 ‘능력이 미약하다’는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진단만으로 어느 쪽인지 자동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행위 당시 판단 능력과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실제로 결여되거나 감소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처벌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모두 같은 결과로 읽어서도 안 됩니다. 정당방위처럼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와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는 판단하는 질문이 다릅니다. 형을 줄이는 감경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사건 기사에서 ‘무죄’, ‘감경’, ‘위법성 조각’이 가까이 놓여 있더라도 같은 뜻으로 바꿔 쓸 수 없는 이유입니다.

법률 문장의 조각은 사건을 지워 버리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행위가 있었고, 당시 어떤 위험이나 사정이 있었으며, 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했는지 차례로 판단했다는 표시입니다. 저는 이 말을 볼 때마다 ‘무엇이 조각됐는가’와 ‘어떤 사실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함께 읽습니다. 짧은 용어 뒤에 놓인 사건의 실제 모습이 그때 비로소 보입니다.

법률 용어 조각은 왜 죄가 사라진다는 뜻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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