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용어 정리, 뉴스가 왜 달리 읽힐까요?

얼마 전 강의에서 “고소당했으면 이제 재판을 받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뉴스에서는 고소, 송치, 기소가 며칠 간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각각 가리키는 단계가 다릅니다. 법률 용어 정리는 어려운 한자어를 외우는 일보다, 지금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구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고소부터 기소까지, 누가 움직였을까요?
고소는 범죄 피해자 등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알리고 처벌을 구하는 행위입니다. 고발은 고소권자가 아닌 사람이 범죄 사실을 알리고 처벌을 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둘 다 수사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접수만으로 범죄가 인정되거나 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조사할 때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은 피의자입니다. 경찰이 사건 기록과 증거를 검사에게 넘기는 것은 송치라고 합니다. 송치됐다는 소식은 사건이 검찰 단계로 넘어갔다는 뜻이지, 법원이 유죄를 판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고 수행합니다. 검사가 재판을 청구하는 공소 제기를 흔히 기소라고 부릅니다. 그때부터 재판을 받는 사람은 피고인입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은 불기소입니다. 그 안에도 혐의없음, 기소유예처럼 이유가 다른 처분이 있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를 인정할 여지가 있어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므로, 혐의가 없다는 판단과 같은 말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기사에 ‘불기소’만 적혀 있다면 어떤 처분인지 한 번 더 확인해야 사건의 의미가 보입니다.
피고와 피고인은 왜 다를까요?
민사재판은 돈을 지급하거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라는 식의 청구를 다룹니다. 소송을 제기한 쪽은 원고, 그 청구를 받은 쪽은 피고입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당했다면 그 민사사건에서는 피고입니다. ‘피고’라는 말 자체에 범죄 혐의가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기소한 상대방을 피고인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사람이 민사소송의 피고이면서 별도 형사사건의 피고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름 뒤에 붙은 단어 하나로 어떤 절차의 기사인지 가늠할 수 있는 셈입니다. 또 피의자나 피고인이라는 지위는 혐의나 공소 제기의 단계만 나타냅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는 뜻으로 바꿔 말해서는 안 됩니다.
민사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 ‘입증’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 어떤 사실을 주장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자료를 냈는지의 문제입니다. 두 사람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과 그 돈이 빌려준 돈이라는 주장은 다릅니다. 계좌 이체 내역은 송금 사실을 보여주지만, 돈의 성격을 판단할 때는 계약서나 대화 내용 같은 다른 사정도 살피게 됩니다.
기각과 각하는 같은 패소일까요?
기각은 법원이 청구나 신청을 심리한 뒤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어 그 청구를 본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끝내는 경우에 쓰입니다. 둘 다 신청한 쪽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점은 같지만, 법원이 어디까지 판단했는지는 다릅니다.
가령 민사소송에서 돈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됐다면 청구 내용에 대한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반면 법에서 정한 불복 기간을 놓쳐 항소가 각하됐다면, 항소심이 원래의 다툼을 다시 판단한 결과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는 여러 쟁점이 섞일 수 있으니, ‘각하’라는 두 글자만 보고 당사자의 주장이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판결에 불복하는 말도 구분해 두면 편합니다. 1심 판결에 대한 불복은 항소, 2심 판결에 대한 불복은 상고입니다. 결정이나 명령에 대한 불복에는 항고라는 말이 쓰입니다. 민사소송법은 일반적인 항소 기간을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로 정합니다. 따라서 ‘판결 선고’와 ‘판결 확정’도 같은 날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불복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았는지, 실제로 불복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계약에서 무효와 취소는 어떻게 다를까요?
계약 기사에서는 무효와 취소가 자주 뒤섞입니다. 무효는 법률행위가 처음부터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취소는 일단 효력이 있는 행위를 취소권자가 취소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취소가 이뤄지면 민법 제141조에 따라 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봅니다. 결과가 비슷해 보이더라도, 취소할 권리가 있는 사람과 행사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민법 제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렇다고 계약 과정에서 불쾌한 말을 들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취소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행위가 있었고 그것이 의사표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분쟁을 전하는 기사라면 ‘무효라는 주장’인지, ‘취소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인지, ‘법원이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인지부터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 뉴스는 같은 사건을 시간 순서로 이어 읽을 때 훨씬 덜 낯섭니다. 누가 문제를 제기했고, 어느 기관이 어떤 결정을 했으며, 불복 절차가 남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강의에서도 판결의 승패보다 그 세 가지를 먼저 적습니다. 단어를 정확히 놓아야 사건의 현재 위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