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의결이 끝나면 바로 시행될까요?

뉴스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강의실에서는 비슷한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내일부터 바뀌는 건가요?” 법률안이라면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본회의 의결은 국회가 안건에 대한 공식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고, 국민에게 새 규칙이 적용되는 날짜는 그 뒤의 절차와 법률 문구를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본회의 의결은 무엇을 뜻할까요?
국회에는 법률안만 올라오는 게 아닙니다. 예산안, 임명동의안, 결의안처럼 성격이 다른 안건도 다룹니다. ‘의결’은 국회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안건을 결정했다는 넓은 말입니다. 그중 찬성표가 필요한 수를 채워 통과하면 ‘가결’, 채우지 못하면 ‘부결’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본회의 의결’이라는 표현만 보고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무엇을 의결했는지 봐야 합니다.
법률안은 보통 의원이나 정부가 제출한 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내용을 심사합니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갑니다. 위원회에서 ‘의결했다’는 보도와 본회의에서 ‘의결했다’는 보도가 다른 단계의 소식인 이유입니다. 다만 모든 안건이 똑같은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므로, 개별 안건의 처리 경과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몇 명이 찬성해야 통과할까요?
숫자는 두 번 나눠서 읽으면 쉽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면 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를 여는 데 필요한 인원과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인원은 다릅니다. 헌법 제49조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일반적인 의결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구합니다. 찬반이 같으면 부결입니다.
재적의원이 300명이라고 가정해 볼까요. 본회의를 여는 데에는 60명이 필요하지만, 일반 안건을 의결하려면 적어도 151명이 출석해야 합니다. 정확히 151명이 출석했다면 찬성은 최소 76명이어야 합니다. 200명이 출석했다면 최소 101명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사에 적힌 ‘찬성 100명’만으로 통과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재적과 출석 인원, 안건의 종류를 같이 봐야 합니다. 실제 재적의원 수는 결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법률안에 재의를 요구해 국회로 돌려보내면, 헌법 제53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다시 의결됩니다. 앞의 가정처럼 200명이 출석했다면 찬성 134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같은 법률안이라도 첫 표결과 재의 표결의 기준이 다른 셈입니다.
법률안이 가결되면 언제부터 적용될까요?
본회의에서 법률안이 가결되면 정부로 이송됩니다. 헌법 제53조는 정부에 이송된 법률안을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공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15일은 본회의 표결일부터 세는 기간이 아니라 정부에 이송된 뒤의 기간입니다.
대통령이 그 기간에 공포도 재의 요구도 하지 않으면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됩니다. 재의 표결에서 필요한 찬성을 얻어도 법률로 확정됩니다. 헌법은 이런 경우 확정된 법률의 공포 절차도 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본회의 통과’, ‘법률 확정’, ‘공포’는 같은 날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공포 뒤에도 시행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헌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률이 공포한 날부터 20일이 지나 효력을 갖는다고 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법률에는 부칙으로 시행일을 따로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쓰여 있다면 그 날짜가 기준입니다. 조항별 시행일이 다를 수도 있고, 이미 진행 중인 계약이나 신청에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면 공포일과 함께 부칙의 시행일·적용 대상을 읽어야 합니다.
뉴스 제목에서 무엇을 구분하면 좋을까요?
‘상임위 통과’는 위원회 심사가 진전됐다는 뜻이고, ‘본회의 가결’은 국회가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뜻입니다. 법률안이라면 그다음에 재의 요구 여부, 공포 여부, 시행일이 이어집니다. 반면 예산안은 헌법상 국회가 심의·확정하는 안건이므로 법률안의 공포·시행 절차를 그대로 대입할 수 없습니다. 제목에 같은 ‘의결’이 들어가도 뒤따르는 절차는 안건에 따라 다릅니다.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에서는 안건의 종류와 처리 단계, 표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률이 공포됐다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부칙까지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통과’라는 한 단어를 들으면 세 가지를 되묻습니다. 무엇이 통과됐는지, 몇 명이 출석해 몇 명이 찬성했는지, 실제 적용은 언제 누구부터인지. 이 세 가지가 보이면 같은 헤드라인도 훨씬 분명하게 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