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제사 폐지, 왜 이렇게 크게 이야기될까요?

요즘 명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예전보다 훨씬 빨리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전은 누가 부치느냐, 차례상은 어디까지 차리느냐, 제사는 꼭 이어가야 하느냐는 말입니다. 방송인 김대호 씨의 집안 이야기가 크게 번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개인 가족사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 사회의 명절 문화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김대호 제사 폐지 발언은 어떤 흐름에서 나왔을까요?
김대호 씨는 2026년 8월 20일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서 집안 제사를 폐지했고 김치도 사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과거 방송에서 공개된 가족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2024년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경기 양평의 대가족 명절 풍경이 소개됐고, 보도에서는 친척 88명 규모, 명절 모임 50명 안팎, 김장 1400포기 같은 숫자가 함께 언급됐습니다.
이 숫자들이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은 것은 단순히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대가족, 제사, 김장, 명절 노동이 한 장면에 겹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혼을 둘러싼 대화와 함께 소비되면서 ‘그 집에 들어가면 감당할 일이 너무 많겠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후 2026년 1월 방송에서는 제사를 대폭 줄였고 가족끼리 간소하게 지낸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왔고, 8월에는 더 직접적으로 폐지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제사와 차례는 같은 말일까요?
일상에서는 제사와 차례를 섞어 쓰지만, 원래는 조금 다릅니다. 제사는 주로 돌아가신 날인 기일에 조상을 기리는 의례를 가리킵니다. 차례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올리는 의례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사 폐지’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실제 가족 안에서는 기제사를 없앤 것인지, 명절 차례까지 없앤 것인지, 성묘나 가족 식사로 바꾼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김대호 씨 사례에서는 방송 발언과 2026년 9월 25일 공개된 명절 사진이 함께 읽혔습니다. 사진에는 전통적인 차례상보다 고기, 조개찜, 회덮밥 같은 식사 메뉴가 보도됐고, ‘노 제사’라는 표현도 전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슈의 중심은 조상을 기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 명절을 보내는 형식을 바꾸었다는 데 가깝습니다.
왜 지금 이런 변화가 더 크게 보일까요?
가장 큰 배경은 가족 구조의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형제자매가 많고 친척이 가까운 지역에 사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지금은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장거리 거주가 늘었습니다. 가족 수는 줄고 이동 거리는 길어졌는데, 의례의 부담이 예전 방식 그대로 남아 있으면 누군가에게 일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수치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줍니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26년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220명을 전화 조사한 결과, 차례나 성묘 없이 가족·친척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응답이 43%였습니다. 차례나 성묘를 하고 가족 모임도 한다는 응답도 43%였습니다. 의례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이나 친척을 만나겠다는 응답을 합치면 86%였습니다. 가족 만남은 유지되지만, 의례의 형식은 갈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6년 추석 조사에서도 차례를 지낼 예정이라는 응답은 27.3%로 전년 40.4%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차례 또는 제사를 지낼 계획이라는 응답이 2025년 35%에서 2026년 30%로 줄었습니다. 숫자 하나만으로 사회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명절의 무게중심이 의례에서 만남과 휴식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분명히 보입니다.
전통을 없애는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요?
찬반은 나뉩니다. 줄이자는 쪽은 준비 노동, 비용, 성별 역할 고정, 세대 갈등을 말합니다. 특히 음식 준비가 며칠씩 이어지고, 실제 노동은 특정 가족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면 ‘전통’이라는 말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제사상보다 가족끼리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옵니다.
반대로 우려하는 쪽의 논거도 있습니다. 제사는 단순한 음식 차림이 아니라 돌아가신 가족을 기억하고, 흩어진 친족이 만나는 장치였다는 겁니다. 지역과 집안마다 이어온 방식이 있고, 어른 세대에게는 그 자체가 예의와 애도의 언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끊기보다 가족 안에서 충분히 말하고, 성묘·추모 예배·가족 식사 같은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남기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사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도 이미 2022년 9월 추석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으며 간소화를 제안했습니다.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네 종류, 술 정도면 된다고 했고, 기름에 지진 전을 반드시 올릴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유교 예법처럼 알려진 일부 상차림 규칙도 고정된 원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전통 내부에서도 부담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온 지 꽤 된 셈입니다.
김대호 사례가 던진 질문
김대호 제사 폐지 이슈는 한 방송인의 사생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반응한 지점은 훨씬 넓습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인다’는 말은 같아도, 그 안에서 누가 준비하고 누가 쉬는지, 누가 결정하고 누가 따라야 하는지는 가정마다 다릅니다. 이 차이가 쌓이면 명절은 반가운 날이 아니라 긴장되는 일정이 됩니다.
저는 이 문제를 전통 대 개인의 대립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의례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 왔고, 바뀐 형식이 곧 무례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바꾸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이 가볍게 밀려나면 또 다른 갈등이 생깁니다. 제사를 지내든, 줄이든, 가족 식사로 바꾸든 중요한 것은 그 결정이 특정 사람의 희생 위에 놓이지 않는 일입니다. 명절은 형식이 사람을 누르는 날보다, 사람들이 서로의 사정을 확인하는 날에 가까울 때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