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는 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을 다치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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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는 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을 다치게 할까요?

얼마 전 강의에서 한 수강생이 지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전쟁 뉴스에서 자주 보긴 했지만, 지뢰가 정확히 무엇이고 왜 수십 년 뒤에도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지뢰는 폭발력 자체보다 시간이 더 까다로운 무기입니다. 전투가 끝나도 땅속에 남고, 지도와 표지가 사라지면 그 위험은 민간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옵니다.

지뢰는 땅에 묻힌 폭발물만 뜻하지 않습니다

지뢰는 땅 위, 땅속, 길가, 건물 주변 등에 설치해 사람이나 차량의 접촉·접근·압력으로 폭발하도록 만든 무기입니다. 흔히 밟으면 터진다고만 생각하지만, 줄에 걸리거나 차량이 지나가거나 금속 탐지와 이동 과정에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류도 나뉩니다. 대인지뢰는 사람을 겨냥합니다. 대전차지뢰나 대차량지뢰는 차량·장갑차의 이동을 막기 위해 더 큰 압력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됩니다. 여기에 불발탄, 집속탄 잔여물, 급조폭발물까지 합치면 현장에서 주민이 마주하는 위험은 훨씬 넓어집니다. 그래서 국제 자료에서는 지뢰와 전쟁잔류폭발물을 함께 묶어 피해를 집계하는 일이 많습니다.

숫자로 보면 문제가 더 선명해집니다

Landmine Monitor 2025에 따르면 2024년에 지뢰와 전쟁잔류폭발물로 확인된 사상자는 최소 6,279명입니다. 이 가운데 1,945명이 숨졌고 4,325명이 다쳤으며, 9명은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피해가 확인된 국가는 52개국·지역이었습니다.

이 숫자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간인 비중입니다. 신분이 확인된 피해자 기준으로 민간인이 90%를 차지했습니다. 나이가 확인된 민간인 피해자 중 어린이는 46%, 1,701명이었습니다. 2024년 국가별로는 미얀마가 2,029명, 시리아가 1,015명, 아프가니스탄이 624명, 우크라이나가 29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뢰가 군사시설 안에만 머무는 무기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2026년 6월 공개된 2025년 예비 자료도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 자료는 아직 전체 연간 확정치가 아니고, 40개국 자료를 검토한 중간 성격의 집계입니다. 그 안에서 시리아 1,602명, 미얀마 745명, 아프가니스탄 497명, 팔레스타인 319명, 나이지리아 296명, 우크라이나 275명이 보고됐습니다. 민간인 신분이 확인된 피해자 가운데 95%가 민간인이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오타와협약은 무엇을 금지했나요?

대인지뢰금지협약, 흔히 오타와협약이라고 부르는 조약은 1997년 9월 18일 오슬로에서 채택됐고, 1997년 12월 3일 오타와에서 서명 개방됐으며, 1999년 3월 1일 발효됐습니다. 금지 대상은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 이전입니다. 당사국은 비축 지뢰를 일정 기간 안에 폐기하고, 오염 지역을 제거하며, 피해자 지원 의무도 부담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이 협약은 대인지뢰를 중심으로 한 조약입니다. 대전차지뢰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금지하는 조약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국가는 대인지뢰 금지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특정 재래식무기협약의 지뢰 관련 규칙을 따르겠다고 설명합니다.

2025년부터 2026년 사이에는 가입국 숫자와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는 2025년 12월 27일, 핀란드는 2026년 1월 10일, 폴란드는 2026년 2월 20일 탈퇴 효력을 발생시켰습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과 국경 방어 필요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반대로 레바논은 2026년 5월 1일 가입서를 기탁했고, 협약 효력 발생일은 2026년 11월 1일로 통보됐습니다.

찬반이 갈리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지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비인도적이냐 군사적으로 필요하냐의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양쪽 논거에는 각각 현실의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 군사적 필요를 말하는 쪽은 지뢰가 적의 진격을 늦추고, 좁은 통로와 국경 지역을 방어하며, 병력 부족을 보완하는 수단이라고 봅니다. 특히 긴 국경을 가진 나라에서는 감시 장비와 병력만으로 모든 접근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 인도적 피해를 우려하는 쪽은 지뢰가 폭발 순간에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전쟁이 끝난 뒤 농지, 우물, 학교 가는 길, 귀환민 주거지에서 피해가 이어지는 점을 문제로 듭니다.
  • 현실적 쟁점은 관리 가능성입니다. 매설 지도가 사라지거나 부정확하면 제거 작업이 느려집니다. 홍수와 산사태가 지뢰를 이동시키기도 합니다. 한 번 심은 뒤 회수와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무기라는 점이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요즘은 원격 조종, 자폭 장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능을 잃는 장치를 붙인 지뢰도 거론됩니다. 다만 기술적 안전장치가 있다 해도 오작동, 기록 누락, 현장 통제 실패 가능성은 남습니다. 그래서 국제 논의는 단순히 새 장비가 더 안전한가가 아니라, 누가 설치하고 누가 기록하며 누가 나중에 제거 비용을 감당하는가로 이어집니다.

한국에서 지뢰가 멀지 않은 이유

한국 독자에게 지뢰는 먼 나라의 단어가 아닙니다. 한국과 북한은 오타와협약 당사국이 아닙니다.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에는 남북 양측의 지뢰가 대규모로 남아 있다는 추정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Landmine Monitor 2025는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100만 발 이상을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었고, 외신 보도에서는 비무장지대 안팎 전체를 두고 약 200만 발이라는 추정도 사용됩니다.

한국 상황을 볼 때도 두 층위를 나눠 봐야 합니다. 하나는 군사분계선 일대의 억지와 방어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래된 지뢰가 민간인 통행, 산림, 농지, 하천 주변에서 만드는 안전 문제입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는 공동 유해 발굴이나 일부 지역 지뢰 제거가 논의됐고, 긴장이 높아질 때는 다시 방어시설과 매설 문제가 앞에 놓였습니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몇 갈래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국제 규범은 유지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경 방어를 이유로 예외를 주장하는 국가가 더 늘 수 있습니다. 둘째, 지뢰 사용 자체보다 탐지·표시·제거·피해자 지원에 더 많은 예산을 넣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 기술형 지뢰나 감시장비 결합 방식이 등장해도 민간인 보호 기준을 어떻게 검증할지가 새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뢰라는 단어를 볼 때 전쟁의 순간보다 전쟁 이후의 시간을 먼저 떠올립니다. 지뢰는 누가 이겼는지를 설명하는 무기가 아니라, 누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누가 밭을 다시 갈 수 있는지, 아이가 어느 길로 학교에 갈 수 있는지를 오래 묶어 두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안보의 언어와 생활의 언어를 함께 놓고 봐야 균형이 잡힙니다.

지뢰는 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을 다치게 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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