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왜 교토의정서에서 시작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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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왜 교토의정서에서 시작됐을까요?

강의실에서 탄소배출권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이 있습니다. “공기를 사고판다는 말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붙이고, 기업끼리 권리를 거래한다는 설명은 처음 들으면 꽤 낯섭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 그리고 그보다 앞선 기후변화 협상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정책 도구입니다.

교토의정서는 무엇을 바꾸려 했을까요?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채택됐고, 2005년 2월 16일 발효됐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 안에서 처음으로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수치로 부여한 국제 합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나라가 같은 의무를 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당시 협상 구조는 산업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과, 경제성장이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의 책임을 다르게 보았습니다.

교토의정서의 1차 공약기간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였습니다. 이 기간에 의무를 진 선진국들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평균 5.2%를 줄이는 목표를 받았습니다. 국가별 목표는 달랐습니다. 유럽연합은 감축 목표를, 일부 국가는 안정화 또는 제한적 증가 목표를 받았습니다. 이 숫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기준입니다.

문제는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공장을 멈추면 배출은 줄지만 경제활동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아무 규제도 없으면 감축 목표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방식이 ‘시장 메커니즘’입니다. 감축해야 할 총량은 정해두되, 어디서 얼마를 줄일지는 비용이 낮은 곳부터 선택하게 하자는 발상이었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어떤 원리인가요?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보통 ‘총량 제한과 거래’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정부나 권한 있는 기관이 일정 기간 동안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정합니다. 그다음 기업이나 시설에 배출권을 나누어 줍니다. 배출권 1톤은 보통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발전회사가 1년에 100만 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배출권을 90만 톤만 받았다면 선택지는 몇 가지입니다. 설비를 개선해 실제 배출을 90만 톤 이하로 낮출 수 있습니다. 또는 부족한 10만 톤만큼 다른 기업이 남긴 배출권을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기업이 기술 개선으로 배출을 예상보다 많이 줄였다면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도의 의도는 단순합니다. 감축 비용이 낮은 기업은 더 줄여서 배출권을 팔고, 감축 비용이 높은 기업은 일정 부분을 사서 대응합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같은 양을 줄이더라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것이 자동으로 잘 작동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출 총량을 너무 넉넉하게 잡으면 가격이 낮아지고,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이 설비 개선을 서두를 이유가 약해집니다.

교토의정서에는 거래제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교토의정서에는 흔히 ‘교토 메커니즘’이라고 부르는 세 가지 장치가 들어갔습니다. 배출권 거래, 공동이행, 청정개발체제가 그것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방향은 비슷합니다. 감축 의무가 있는 나라들이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준 것입니다.

  • 배출권 거래: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들이 남거나 부족한 배출 허용량을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 공동이행: 선진국이 다른 선진국에서 감축 사업을 하고 그 실적을 인정받는 방식입니다.
  • 청정개발체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감축 사업을 하고 그 실적을 일부 인정받는 방식입니다.

청정개발체제는 특히 논쟁이 많았습니다. 개발도상국에 친환경 투자를 유도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어떤 사업은 실제로 추가 감축을 만들었는지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도 추진됐을 사업을 국제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았다면 제도 취지와 어긋납니다. 그래서 탄소시장에서는 항상 ‘추가성’, ‘검증’, ‘중복 계산 방지’ 같은 말이 따라붙습니다.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는 어디에 놓여 있나요?

한국은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에는 의무감축국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기후정책 밖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2015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습니다. 환경부와 배출권거래제 운영 자료에 따르면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항공 등 배출 규모가 큰 부문이 주요 적용 대상입니다.

한국 제도에서도 정부가 계획기간별로 배출허용총량을 정하고, 대상 업체에 배출권을 할당합니다. 기업은 실제 배출량을 측정·보고·검증받은 뒤 배출권을 제출해야 합니다.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야 하고, 남으면 이월하거나 팔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교토의정서가 열어 놓은 국제 탄소시장 논리와 닿아 있습니다.

다만 국내 제도는 국제 조약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 산업 구조와 에너지 구조에 맞춰 설계된 정책입니다. 전력 생산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컸고, 제조업 비중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이 산업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무상할당, 유상할당, 시장안정화 조치 같은 장치를 함께 운용합니다. 기업 부담과 감축 유인을 동시에 다루려는 장치입니다.

찬반이 갈리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찬성 쪽 논거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첫째, 배출에 가격을 붙이면 기업이 온실가스를 비용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둘째, 같은 감축량을 더 낮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셋째, 배출량 측정과 보고 체계가 생기면서 기업의 기후 관련 정보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옵니다.

반대나 우려의 논거도 가볍지 않습니다. 배출권을 많이 무상으로 나누어 주면 감축 압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가격이 너무 흔들리면 기업은 장기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또 전기요금, 제품 가격, 수출 경쟁력 문제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탄소누출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옵니다. 규제가 강한 나라의 생산이 규제가 약한 나라로 옮겨 가면 지구 전체 배출이 줄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배출권 거래제는 도입 자체보다 설계가 더 중요합니다. 총량을 어느 속도로 줄일지, 무상할당을 얼마나 유지할지, 감축 실적을 어떻게 검증할지, 취약 업종과 소비자 부담을 어떻게 다룰지가 실제 성패를 가릅니다. 제도 이름만 같아도 나라별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교토의정서 이후에도 이 제도는 남았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되면서 기후체제는 바뀌었습니다. 교토의정서가 주로 선진국의 의무감축을 중심에 두었다면, 파리협정은 거의 모든 당사국이 스스로 국가감축목표를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교토의정서의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수치 목표, 감축 실적, 탄소시장, 국제 검증이라는 틀을 실제 정책 언어로 만든 출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볼 때는 “좋은 제도냐 나쁜 제도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총량이 실제 감축 경로와 맞는지, 가격 신호가 기업 투자로 이어지는지, 부담이 특정 업종이나 가계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는지입니다. 공기를 사고파는 것처럼 보이는 제도 뒤에는, 배출을 숫자로 재고 비용으로 반영하려는 국제정치와 경제정책의 긴 실험이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환경 기사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라 전기요금, 산업 경쟁력, 무역 규칙과도 계속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왜 교토의정서에서 시작됐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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